배우 안창환은 '쏭삭'을 통해 어떤 세상을 봤을까

[노컷 인터뷰] SBS '열혈사제' 쏭삭 테카라타나푸라서트 역 배우 안창환 ②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태국 출신 중국집 배달원 ‘쏭삭’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안창환이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태국 출신의 중국집 배달원 쏭삭 테카라타나푸라서트는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는다. 장룡(음문석 분)이 만날 때마다 '간장공장 공장장'을 해보라며 괴롭히고 때려도 참고 견디고 다시 웃는다.

노란 헬멧을 쓰고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러 다니면서도 치아가 보이는 웃음을 짓고, '이ㅎ여대 ROTC'가 새겨진 낡은 옷 한 벌로 생활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다. 이영준 신부님(정동환 분)이 돌아가셨을 때는 슬퍼하며 신부님은 별이 됐을 거라며 순수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쏭삭은 이영준 신부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되찾기 위해 앞으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더군다나 차별과 핍박과 괴롭힘의 대상인 외국인 노동자 쏭삭의 모습에 감동과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됐다.

안창환은 데뷔 이후 9년간 '됴화만발', '햄릿6', '농담', '밤의 연극', '프랑켄슈타인' 등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다, 지난 2017년 '힘쎈여자 도봉순'을 시작으로 TV 드라마에 진출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똘마니 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열혈사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안창환'이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9일 개봉하는 영화 '걸캅스'에서는 강상두 역으로 열연했다.

안창환은 '열혈사제'를 통해 얻은 인기에 관해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지난 9년간 그가 쌓아온 노력이 사람들에게 보였고,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난 쏭삭 역의 배우 안창환에게서 쏭삭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리고 쏭삭을 연기한 안창환이라는 배우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SBS '열혈사제' 속 쏭삭을 연기한 배우 안창환 (사진=방송화면 캡처)

▶ 매일 당하기만 하는 쏭삭이 알고 보니 '왕을 지키는 호랑이', 왕실 경호원 출신이라는 반전이 있는 인물이었다. 직접 연기하며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함께 해 온 '쏭삭'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

내가 쏭삭을 봤을 때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왜냐하면 현실에 진짜 외국인 노동자, 쏭삭같은 노동자가 있다면 너무 품어주고 싶을 거 같다. 부모님과 가족 다 두고 가족을 위해 타지에 돈을 벌러 온 건데, 돈을 벌어서 보내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큰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플러스로 괴롭히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 쏭삭이 정말 갈 데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괴롭힘 당하는 상황에서 맞설 수도 있었을 텐데 가족을 위해 참아야 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더라. 실제로도 그런 분들이 분명 있겠죠. 이게 참 모르겠다.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 다 다르다. 비판적 시각으로 보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나처럼 정말 품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국적을 떠나서 타지에 홀로 있는 사람, 외국에서 왔든 아니든, 학창 시절에도, 회사에서도 외톨이인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쏭삭을 보면서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서로 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태국 출신 중국집 배달원 ‘쏭삭’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안창환이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극 중 장룡이 밉지는 않았나? 후반부에 장룡에게 먹을 것도 사주고, 마지막 회에서는 수감된 장룡을 찾아가 "잘 지내, 내 친구 롱드."라고 말한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어떤 마음이었을까.

배우 안창환으로서는 그 대본을 받은 순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이렇게 쉽게 받아준다고? 이런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쏭삭의 입장으로 보니까 장룡은 회사 내에서도 외톨이, 카르텔 내에서도 외톨이었다. 장룡이 홀로 서 있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쏭삭은 봤던 거 같다. 장룡에게서 자기와 똑같은, 그런 동질감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오히려 그래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장룡의 행동은 나쁘지만 그 사람 안에 선함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보고 다가갔던 거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회의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저도 마지막 회에서 교도소에 면회 간 장면을 찍으며 되게 좋았다. 아무 말 안 하고 둘이 그냥 앉아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쏭삭을 불쌍히 여겼지만 나도 그 순간 장룡을 바라봤을 때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되게 품어주고 싶었다. 요한이 형이 쏭삭을 외국인 노동자라고 품어줬었다. 극 중 역할도 그렇고 평상시에도 그랬다. 내가 요한에게 받은 마음을 장룡에게 고스란히 똑같이 해준 장면이라 찍으면서도 좋았다.

SBS '열혈사제' 속 쏭삭을 연기한 배우 안창환 (사진=방송화면 캡처)

▶ 마지막 회 말고 드라마를 찍으며 자신이 연기한 장면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을까.

제 대사를 꼽자면 그게 되게 많이 기억나는 것 같다. 초반에 이영준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요한이란 둘이 편의점 앞에 앉아서 별 보면서 하는 대사가 있다. "신부님은 천사 같은 분이라 하늘의 별이 됐을 거다. 저기, 저 별."(7회 참고)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정말 순수한 거죠. 물론 표면적으로 보이는 별이 됐을 거라는 건 아니지만, 그 안에 함축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쏭삭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거 같아서 정말 좋은 거 같다.

▶ 배우들은 캐릭터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연구하고 다가가는데, 연기를 할 때 본인은 캐릭터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나.

나는 그런 거 같다. 안창환이라는 사람과 캐릭터를 두고 비교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랑 다른 점은 뭐가 있을지 비교를 많이 하고 접근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 인물의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에 중점을 많이 두는 것 같다. 촬영할 때도 사실 인물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안 되어 있으면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낯설고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인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 쏭삭과 본인은 어느 점에서 닮아있나.

일단 순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닮아 있는 거 같다. 내가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하기 민망하지만, 언뜻 그런 부분에서 비슷한 것 같다. 잘 참고, 가족 때문에 참아야 하는 현실, 그런 부분이 내가 결혼하고 애가 생겨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의 시기와 딱 맞아떨어진 거 같다. 그래서 쏭삭의 마음이 더 쉽게 다가온 거 같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태국 출신 중국집 배달원 ‘쏭삭’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안창환이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연기'가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마음으로 와닿은 때가 있었나.

이번에도 그렇고 매번 그런 거 같다. 작품을 하면서 역할 대 역할로서 만나지만, 사실 그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만나는 직업이다. 너무나 따듯한 사람을 만나고 위로를 받을 때 이 일을 정말 잘하고 있구나, 계속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나도 따뜻한 사람에게 받았던 위로처럼, 나를 통해 다른 사람도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내가 그런 그릇은 안 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동등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 정말 위로해주고 위로를 받았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 "나는 계속 연극만 할 것"이라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안방극장과 스크린까지 진출하게 되었나.

나는 정말로, 연극을 너무 사랑했다. 무대 위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들을 정말 사랑했다. 연극으로 돈 벌고 살 거야, 연극을 하면 돈을 못 번다고 하는데 내가 보여줄 거야 했는데 결혼하니까 현실이 들어왔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 역시도 다른 시각이 생기더라.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른 데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에만 안주할 게 아니라, 언제든지 다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으니 도전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 같다. 하는 작품마다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어떻게 보면 진짜 같이 연극하는 동료 배우들에게 미안함이 생길 정도로, 행운이 따라주는 거 같다. 운도 준비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다고 하지만, 정말 운이 좋은 거 같다.

▶ 오랜 시간을 무대에서 살아오다가 TV 드라마를 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TV 문법에 적응해가고 있나.

아직도 적응하고 있는 단계이긴 한데, 더 자유로워지긴 한 것 같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컸는데, 카메라에 담기는 것뿐 아니라 같이 하는 스태프, 동료 등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 함께 작업하다 보니 카메라 앞에 임하는 자세도 조금 달라지더라. 물론 더 노력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 때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태국 출신 중국집 배달원 ‘쏭삭’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안창환이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연극과는 다른 TV 드라마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연극 같은 경우는 공연이 시작된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관객들과 함께하니까 반응이 바로 오는데, 방송은 찍는 당시에는 시청자의 반응을 볼 수 없으니 아무래도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들고 말이다. 그리고 연극은 하나의 작품이 다 완성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데 반해 드라마는 대본이 끝까지 안 나온 상태에서 내가 이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 갈까 생각하는 어떤 묘미가 있더라. 나는 이런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고 있는데 어떤 또 다른 인물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을 때, 처음에는 인물이 바뀐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물이 더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돌탑을 쌓아가는 것처럼 방송이 진행되면서 하나하나 올리고 쌓아가는 느낌이 있다. 그런 부분이 어렵다기보다는 흥미롭고 즐거운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역할을 만났을 때도 이 역할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호기심도 생긴다.

▶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도 강렬하게 시청자의 눈길을 훔쳤고, 이번 '열혈사제'에서도 또 다르게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정말 '신스틸러'로서 시청자에게 제대로 각인됐다. 본인은 '신스틸러'라는 호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제가 표현을 할 수 있다면, 큰 절을 드리고 싶은 만큼 너무나 감사하고 정말 영광이다. 어떻게 보면 쑥스럽다. 큰 배역, 작은 배역이라는 게 없는데, 시청자들이 좋아해줬다는 이유로 신스틸러가 됐다는 게 부끄럽다. 그런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 '안창환'이라는 배우는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나.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로서도 그렇고 인생을 살아가면서고 마찬가지다.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봤을 때 어떤 부분이 위로가 된다거나,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을 때 조금 편안해지고 따뜻함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통해 위로 아닌 위로를 느끼고 갈 수 있는 사람이자 배우가 되고 싶다. 안창환이라는 사람이 계속 살아가면서 뒤돌아 봤을 때, 내가 남긴 흔적들이 쌓이다보면 그런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많이 노력하고 노력하며 살고 싶다. <끝>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태국 출신 중국집 배달원 ‘쏭삭’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안창환이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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