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위원회 참석을 거부했던 위원들은 경사노위 취지에 역행하는 개편안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한동안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보이콧하려면 경사노위 빠져라' 강경대응
경사노위 운영위원회가 8일 발표한 개편안의 핵심은 일부 위원들의 보이콧 시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비정규직이나 여성, 청년 등 계층별 대표 노동자위원 3명은 탄력근로제 개편에 반대하며 본위원회 참석을 거부해왔다.
이 때문에 정족수 미달로 지난 3월 7일과 11일, 지난달 29일 3차례에 걸쳐 본위원회 회의가 불발됐다. 산하기구에서 합의돼 본위원회 의결을 기다렸던 안건들도 통과되지 못하자 경사노위가 '조직 정상화'를 명분으로 강경대응에 나선 것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완화하고, 위원 해촉 규정도 신설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부분이다.
정족수 요건을 완화해 그동안의 계층별 대표 위원들의 보이콧 행위를 무력화할 뿐 아니라, 반발하는 위원들은 경사노위에서 언제든지 내보낼 수 있다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다만 여야 갈등으로 '식물 국회' 상황이 계속된 가운데 관련 법 개정이 늦어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해 본위원회 대신 의제·업종별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사노위를 운영하기로 정했다.
의제·업종별위원회와 운영위원회는 지난 3월 계층별 대표들이 '보이콧'을 공식 선언하면서 자신들의 참여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꼽기도 했다.
당시 여성 대표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은 "계층별 위원회에서 의제를 발굴했을 때 그 뒤에는 의제별 위원회라는 산이 있고, 운영위원회라는 산이 있다"며 "저희가 접근 불가능하고 저희가 올린 의제가 반영된다는 보장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결국 계층별 대표와 토론해야 하는 본위원회를 복원하는 대신, 기존 노사정위원회와 유사하게 노사정 3자가 모인 운영위원회가 본위원회를 대체하는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 달 넘게 본위원회를 열지 못하며 공전했던 사회적 대화도 재개될 단초가 생겼다.
또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준비나 버스산업 노동시간 대책 마련, 국민연금 개편 논의 등도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던 탄력근로제 개편 논의 등 일부 합의안은 이미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을 감안해 현 시점에서 논의를 멈추고 국회에서 입법되도록 노사정이 공동 노력하기로 마무리했다.
이는 탄력근로제 개편안의 본위원회 의결을 막기 위해 보이콧을 선택했던 계층별 대표위원들이 돌아올 명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본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을 포괄해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셈이어서 계층별 대표가 없는 운영위원회가 본위원회를 대신하기로 한 방침을 곧바로 실행에 옮긴 셈이기도 하다.
결국 문제는 '무리한 합의 대신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는 협의를 추구하겠다'던 경사노위의 출범 취지 자체가 퇴색됐다는 점이다.
특히 계층별 대표들을 사실상 논의의 장에서 퇴출하다시피하면서 경사노위의 전신이었던 과거 노사정위원회의 한계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결정에 대해 계층별 대표들은 사실상 자신들을 내보내는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비정규직 대표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핵심은 본위원회를 무력화하고 운영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제 본위원회를 안하겠다, 필요없다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탄력근로제 개편안 논의를 종결한다는 결정도 사실상 본위원회 의결을 필요없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라며 "계층별 대표, 공익위원을 배제한 결정구조로 가겠다는 것으로, 저희가 볼 때 최악의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우리도 경사노위 정상화를 바라지만, 이것(운영위원회 개편안)은 오히려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정체성을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저희는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계층별 대표들도 공익위원 의견까지 모아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