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보다 중요한 의전, 배구협회의 황당한 현실 인식

<오해원의 깨톡>배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김연경 인터뷰에 난입한 이유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과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의 귀국 현장을 찾아 처음으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에 앞서 김연경의 귀국 인터뷰를 중단하려던 한 배구협회 고위급 간부의 황당한 행동에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눈쌀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오해원기자
“잠깐만 잠깐만 지금 회장님하고 감독님이 오셨으니까 인터뷰는 잠깐만 있다가 하죠”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에이스’ 김연경(엑자시바시)가 2018~2019시즌 터키 여자프로배구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리그 휴식기를 맞아 2019년 새해를 한국을 맞았던 김연경은 약 5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취재진과 배구팬, 특히 많은 김연경 팬클럽 회원들이 귀국 현장을 찾았습니다.

터키에서 오랜 비행에도 밝은 표정으로 자신을 반기는 많은 팬과 인사를 나눈 김연경은 취재진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많은 스포츠스타가 입, 출국을 하며 공항에서 인터뷰를 하는 만큼 김연경도 자신을 기다리는 취재진과 시즌을 마친 소감, 고된 대표팀 일정을 앞둔 각오 등을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질문과 답이 오가는 상황에서 불청객이 끼어들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배구협회의 한 고위급 간부였습니다.

김연경을 둘러싼 취재진, 그런 취재진을 또다시 둘러싼 많은 배구팬 사이를 꿇고 들어온 이 간부는 취재진의 질문을 막으며 잠시 인터뷰를 멈춰달라는 황당한 요청을 했습니다.

이유는 김연경의 귀국을 보기 위해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과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 등이 와서 선수를 기다리고 있으니 먼저 인사를 나눠야 한다는 것.

무작정 인터뷰를 중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던 이 간부는 김연경을 향해 오 회장과 라바리니 감독이 다가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길을 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10년 넘게 취재활동을 하며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터뷰 난입이었습니다. 이 황당한 모습에 해당 간부에게 떠밀려 자리를 빼앗긴 배구팬과 취재진뿐 아니라 김연경까지도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 파악을 했을 정도입니다.

그러자 이내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취재진도, 김연경도 맥이 풀어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취재진 가운데 “지금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요청이 나왔고 오한남 회장 등 배구협회와 대표팀 관계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물러났습니다.

잠시 뒤 인터뷰가 끝났고 김연경은 오 회장과 라바리니 감독 등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귀국 후 약 한 달의 휴식을 취한 뒤 발리볼 네이션스리그 3주차부터 대표팀에 합류하는 김연경과 오한남 회장, 라바리니 감독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는 협회장이 라바리니 감독과 대표팀 주장 김연경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는 현장을 찾은 팬보다 의전을 중시하는 한 고위급 간부에 의해 퇴색되고 말았습니다.

배구계에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이 관계자는 과연 무슨 이유로 그토록 의전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는 배구협회의 또 다른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또 한 번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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