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교 모녀 구한 경장 "다시 넘어와준 두사람에게 감사해"

섣불리 접근했다가 위험할 수 있던 상황
스스로 감정 추스르도록 "괜찮다" 독려
위기협상팀 협상요원, 대화 이끄는 역할
자살기도 목격시 다가가지 말고 신고해야
"극단적 선택하지 않아 줘서 정말 고마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5월 08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유미 (울산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협상요원 경장)

◇ 정관용> 어제 울산대교에서 투신을 기도한 모녀. 5시간 동안 설득한 경찰청 위기협상요원은 그분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아서 고맙다. 이런 말을 남겼네요. 이 다리 위 난간에서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던 모녀에게 다가가서 대화를 건네고 결국 그분들을 구해내신 분이죠. 울산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의 협상요원, 김유미 경장을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유미>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애 많이 쓰셨습니다.


◆ 김유미> 아닙니다.

◇ 정관용> 딱 출동하니까 당시 상황이 어떤 상황이었어요?

◆ 김유미> 상당히 긴박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자칫 저희가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되게 침착한 대처가 필요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몇 미터 정도까지 다가가셨어요? 처음에는.

◆ 김유미> 처음에는 한 제가 10m 이상 떨어져 있다가 먼저 출동하신 손영석 경위님께서 대화를 이어가시면서 집중을 그쪽으로 하시길래 조금씩 조금씩, 한 발씩 우선 2m 정도 되는 거리까지는 가까이 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먼저 출동한 손영석 경위께서는 이미 대화를 하고 계셨었어요?

◆ 김유미> 네, 최초 출동하셨던 경위님이셔서 먼저 대화를 이어가시고 가시고 그다음에 라포(rapport)를 형성하기 위해서 대화를 계속 진행하셨었습니다.

◇ 정관용> 라포(rapport)라면 뭔가 좀 친숙함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런 거죠?

◆ 김유미> 네.

◇ 정관용> 그런데 그 모녀, 어머니가 됐든 딸이 됐든 대화에는 잘 응했습니까?

◆ 김유미> 처음에는 전혀 반응을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계속 힘들다는 말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시고 계속 울고 계셔서 제가 대화를 지속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 정관용> 그럴 때는 어떻게 말을 겁니까?

◆ 김유미> 그때는 저희가 말을 거는 것보다는 우선 흥분해 있는 감정을 추스르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저희가 조급하게 생각을 해서 추론을 해서 이야기한다기보다는 그것보다는 감정이 스스로 가라앉을 수 있게 조금 기다려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때는. 계속 감정을 배출할 수 있도록 저희가 괜찮다, 괜찮다 독려해 드리고 했었습니다.

◇ 정관용> 김유미 경장께서는 어떤 얘기들을 건네기 시작하셨어요?

◆ 김유미> 제가 처음에 도착을 했을 때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되나 당황했었는데 같이 출동했었던 저희 지방청의 위기협상 요원 김 경장님이 차에서 수첩을 발견을 하셨더라고요.

◇ 정관용> 그분들이 모녀가 타고 온 차에서?

◆ 김유미> 네. 그 내용을 보니까 아이가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 하고 그다음에 아빠, 엄마, 아이 이름을 적어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아이 이름을 보고 다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서 아이 이름을 부르니까 아이가 반응을 하더라고요.

◇ 정관용> 아, 자기 이름을 부르니까.

◆ 김유미> 네. 그렇게 해서 이제 아이는 일단 저희 쪽으로 안 보고 있는 상황에서 듣고는 있으니까 먼저 출동하신 손영석 경위님께서는 어머님한테 이야기하시고 저는 아이에게 계속 내용을 상기시키려고 수첩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나 아니면 아빠, 엄마 이야기라든지 그다음에 또 한참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을 나이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경찰관이라는 지칭을 하는 것 자체가 좀 그런 것 같아서 제가 아예 그냥 언니라고 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갔어요.

◇ 정관용> 네. 그렇게 언니라고 하고 아빠, 엄마 또 수첩의 그림 얘기까지 쭉 던지니까 조금씩 조금씩 대답을 하던가요?

◆ 김유미> 대답은 안 하는데 아이가 발을 조금씩 움직이려고 하는 그 반응은 있더라고요. 저희가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너무 위험해 보이니까 조금만 한 발만 뒤로 와주면 안 될까? 부탁하는 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했고 아이가 조금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았거든요.

◇ 정관용> 그러다가 그 아이가 먼저 안전한 쪽으로 넘어왔다면서요?

◆ 김유미> 네.

◇ 정관용> 어떤 얘기에 결정적으로 반응을 한 거라고 보십니까?

◆ 김유미> 제가 예전에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해서 지금 최근에 어린이날도 있었고 또 오늘 어버이날이니까 그런 가족적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먼저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거기서 어머니도 조금 반응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또 이제 어버이날이니까 가족과 같이 좋은 곳에서 밥도 먹고 해야 되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계속적으로 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제 그 아이가 먼저 안전한 곳으로 왔군요.

◆ 김유미> 네, 그러다가 아이가 아빠하고 통화를 원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그때 판단했을 때는 저희가 전화를 주는 거는 위험하다고 판단이 됐었거든요. 왜냐하면 전화를 받아서 감정이 더 격해져서 또 다른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어서 그분들에게 시간을 끄는 게 필요했었고. 그래서 일부러 저희가 빠져서 모녀 두 분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조금 시간을 드렸고요. 그렇게 하면서 전화를 만약에 한다 하더라도 이게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둘 중에 한 분이라도 난간 쪽으로 와 주시면 안 되겠냐고 계속 이야기를 했었고 딸의 요구 자체가 아빠랑 통화를 하고 싶다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통화는 가능하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고 스피커폰을 전화를 연결시켜줬었고요. 그래서 아버지도 미리 사전에 통화를 해서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했고 거기에 아버지도 딸에게 괜찮다, 엄마하고 집으로 와라. 이야기하니까 아이가 흔들리더라고요.

◇ 정관용> 네. 그렇게 구조된 뒤에 두 분이 뭐라고 하던가요? 경찰관 분들한테.


◆ 김유미> 일단 당시 상황에서는 저체온증이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신체적인 건강이 너무 우려가 됐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병원으로 바로 응급후송을 한 상태이고.

지난 7일 울산대교에서 투신을 기도한 모녀를 설득해 구한 경찰관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김유미 경장, 김치혁 경장, 전하지구대 손영석 경위 (사진=울산지방경찰청 제공/연합뉴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각 지방경찰청에 이렇게 위기협상 팀이라고 따로 있나 봐요?

◆ 김유미> 네, 다 있습니다.

◇ 정관용> 위기협상 팀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입니까? 어떤 경우에 또 출동하고요?

◆ 김유미> 보통은 이제 자살 현장이라든지 아니면 가정폭력 신고가 왔을 때 말 그대로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그때 저희가 주로 개입이 되는 부분이고요. 그런데 저희가 대기 전에 1차적으로 현장에 출동하고 계시는 지구대 파출소 분들께서 1차적으로 거의 조치를 해 주시는 부분이고요.

◇ 정관용> 거기서 협상요원이란 어떤 역할을 합니까?

◆ 김유미> 협상이라고 해서 멋진 대화를 해서 이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이분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끌어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협상을.

◇ 정관용> 그래서 극단적 선택 대신에 말을 자꾸 하다 보면 풀어지게 되는 그런 거군요?

◆ 김유미> 그렇죠.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이나 이런 거를 다 하게 해 줘야 또 다른 방법으로, 방향으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저희는.

◇ 정관용> 알겠어요. 이런 게 다 매뉴얼이 다 있겠고 또 그 매뉴얼에 입각해서 철저히 움직이시는 거겠죠.

◆ 김유미> 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장은 매번 다르기 때문에 그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이나 같이 출동했던 팀워크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 정관용> 만약에 이번 사건처럼 시민이 먼저 다리나 건물 위에서 자살기도 하는 분을 먼저 발견했어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시민이 가까이 있단 말이에요. 그럴 때 그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 김유미> 어제 같은 상황에서도 위험했던 상황이 시민 분들이 지나다니시면서 위기자를 보는 거에 대해서 위기자 분들이 더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시더라고요. 그분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 구경을 하듯이 되어버리니까 저희도 현장요원으로서 출동할 때 가장 먼저 중요한 건 제3자의 차단이 제일 먼저거든요. 현장 상황을 통제를 해서 전문가와 경찰관이 아닌 그 외 일반 사람들은 어떤 돌발행동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통제를 하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 정관용> 네. 그러니까 섣불리 다가가거나 이러면 오히려 안 되는군요?

◆ 김유미> 그렇죠. 저희도 가까이 가기가 되게 위험한 상황인데 시민 분들이 다가가서는 또 다른 상황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하셔야 됩니다.

◇ 정관용> 다시 한 번 정말 고생 많으셨고 나름 보람도 되고 기쁘기도 하실 것 같아요,어떻습니까?

◆ 김유미> 저는 정말 고마운 거는 그 두 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으시고 다시 난간을 넘어서 오실 때 그때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정관용> 네. 저희는 또 김유미 경장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김유미>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울산지방경찰정 위기협상 팀의 협상요원 김유미 경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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