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에서는 또 당의 모든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등 다른당과 통합이나 연대 없이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출마하기로 결의했다.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 간의 노선 갈등과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극으로 치닫던 내홍은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 거취 문제와 불법 사·보임 논란, 패스트트랙 찬반 등은 명확히 매듭짓지 않아 여전히 분란의 불씨로 남았다.
◇金 15일 사퇴…'바른미래' 이름으로 내년 총선 출마 결의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총 이후 브리핑을 열고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여러 의원께 드린 마음의 상처, 당의 여러 어려움들을 모두 책임지겠다"며 "다음주 수요일(15일)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만 임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당론 채택(3분의2 의결)이 아닌 과반으로 당의 입장을 의결하고, 불법 사·보임을 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후 바른정당계 등 반대파로부터 퇴진 압박이 불거졌지만, "기호 3번 출마를 명확히 하라"고 응수하며 퇴진 요구를 일축해왔다.
'김관영 불신임'을 논의하기 위해 15명 의원들의 요구로 열린 이날 의총은 재적의원 24명(당원권 정지 등 제외) 중 21명이 참석해 2시간45분가량 격론을 벌였다.
의총에서는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서로 간 쌓였던 오해와 불신을 풀고 당의 화합을 위해선 김 원내대표가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바른정당계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계 역시 공감하면서 김 원내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김 원내대표는 "오랜만에 '바미스럽다'(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일컫는 정치권 신조어)라고 하는 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그간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당내 많은 갈등을 치유하고 새롭게 단합하는 말씀을 드릴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당내 모든 의원들이 내년(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한국당, 민평당 등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를 추진하지 않고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출마하기로 했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패스트트랙 내홍을 봉합하는 동시에, 불거지던 분당 가능성을 진화한 셈이다.
패스트트랙 반대와 지도부 퇴진 입장을 밝혔던 바른정당계 좌장 유승민 의원 역시 이날 의총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새출발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생각한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바른미래당이 더 단합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도록 같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내년 총선을 출마하는 것에 대해선 "2016년 12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걸어나온 이후 혁신과 변화 없는 한국당과 합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3년째 일관된 입장이고 변화는 없다"며 "그간 우리당에 노골적으로 민평당 합당, 연대를 말한 분이 계시지만, '민평당과 연대 가능성은 완전 끝났다'라는 것이 오늘의 중요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영 원내대표 사퇴 후 차기 원내대표는 오는 15일 의총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경선 후보로는 김성식(서울 관악구갑·재선), 권은희(광주 광산구을·재선), 오신환(서울 관악구을·재선)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로써 그간 제기됐던 안철수-유승민 등판론도 일단락됐다. 유 의원은 "무엇을 맡겠다 이런 것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패스트트랙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불법 사보임 논란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차기 원내대표의 과제로 남았다. 유 의원은 "(사보임 철회 등) 그 문제는 다음 원내대표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며 "사보임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많아, 원내대표가 되실 분이면 그 문제에 대한 입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보임 문제 해결은 패스트트랙의 미래와도 연결돼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에 태운 법안에 대한 일부 수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보임된 오신환·권은희 의원은 여야4당의 공수처 법안에 줄곧 문제를 제기해왔다.
패스트트랙 찬반 입장도 이날 의총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유지된 상황이다. 유 의원은 "패스트트랙 자체 내용이나 과정에 대한 여러 생각은 그대로 남았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간 끊임없이 불거진 손학규 대표 거취 문제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유 의원은 손 대표 사퇴와 관련 "그 문제에 대한 의논은 전혀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국민의당계 중진인 박주선 의원은 의총 도중에 나와 "원내대표 사퇴가 더이상 당 지도부 사퇴로 가선 안된다는 종지부가 돼야 한다"고 의견을 달리 했다.
현재 바른정당계 지도부(하태경·이준석·권은희)는 손 대표 퇴진을 촉구하며 당무 보이콧을 하고 있고,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국민의당계 권은희 정책위의장과 김수민 청년최고위원도 당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김 원내대표의 임기가 다음달 25일인 점을 들어 '불명예 제대'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도부 이탈을 반대한 셈이다.
그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가 반대자들의 숲속을 헤쳐나가면서 패스트트랙을 올려놨다. 훌륭한 사람"이라며 "한달 남았는데 (임기를) 세워주자 얘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사퇴요구와 관련해선 "모르겠다"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