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으로 이긴 이인영, 앞길엔 난제 '첩첩산중'

이인영, 2차 결선투표에서 27표 차이로 김태년 따돌려
국회 정상화부터 패스트트랙 마무리까지…과제 '첩첩산중'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인영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민생을 중심으로 국회를 정상화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8일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의원(3선·서울 구로구갑)의 일성은 가볍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홍영표 전 원내대표에게 "홍 원내대표가 조금 야속하다. 우리 후임 원내대표에게 (정쟁을) 안 물려주실줄 알았는데, 너무 강력한 과제를 남겨 겨 놨다"고 농담섞인 진담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 8일 오후 원내대표 선거에서 76표로, 김태년 의원을 결선 투표에서 27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된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임기 1년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원내대표는 원내(院內)의 모든 사안을 총괄하는 인물로, 당 대표와 함께 당 투톱으로서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 '국회 정상화' 시급하지만…뾰족한 대책 있을까

이 원내대표의 첫번째 과제는 역시 '국회 정상화'다.

올해 들어 임시국회는 끊임 없이 열렸지만, 매번 '빈손 국회'로 끝났다.

본연의 업무인 법안 처리는 단 세 차례의 본회의를 통해 법안 406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처리된 법안은 699건으로, 초라한 성적표다.

심지어 올해 처리된 법안들 모두 비(非)쟁점 법안들이었다.

문제는 장외로 뛰쳐나간 자유한국당을 다시 원내로 불러들일 유인책이 지금으로써는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들의 합의로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을 취소할 수는 있지만, 바른미래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은 패스트트랙 철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철회와 관련해 "가능한 얘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당한 소속 의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를 여야4당에 요구할 수도 있다.

현재 한국당 의원 62명이 국회 선진화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됐다.

하지만 이 역시 여야 4당이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야 4당은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몸싸움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고소.소발이 있었던 것이라면 정치적으로 처리하는 게 가능하지만, 이번 일은 국회 선진화법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난 것"이라며 "없던 것으로 하면 국민들께서 '뭐하러 선진화법을 만들었냐'고 비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반 고소.고발과) 구별해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 정상화의 시기와 방식은 이 원내대표의 정치력에 달릴수 밖에 없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이 4월 29일 저녁 국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패스트트랙 열차, 결승선까지 통과할까

신임 원내대표의 또 한가지 중요 과제는 가까스로 올린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일이다.

'식물 국회'를 감수하고서라도 패스트트랙을 올린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함이었다.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설치 법안 등을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처리를 위해서는 전체 의석의 과반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 수를 기준으로 보면, 여야 4당의 의석 수는 176석(민주당 128.바른미래당 28.민주평화당 14.정의당 6석)으로 과반이 훌쩍 넘지만, 바른미래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패스트트랙을 반대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나 평화당 내부에서도 선거제 개혁에 따른 지역구 축소 움직임에 내심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원내대표로서는 유동성이 큰 상황에서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법안들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과반수의 표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상황을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서 "패널티 지역에서 프리킥을 얻어 놓은 것이어서 어떻게 작전을 잘 짜서 마지막 골로 연결시킬 것인가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말했다.

◇ 국회 정상화와 총선 사이의 딜레마

한 가지 원내대표의 딜레마는 내년 4월에 열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각 정당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마련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양측의 지지율이 모두 상승하는 상황.

이런 가운데 자칫 한국당에 한 발 양보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민주당 지지층이 돌아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없이 여야 4당이 공조를 유지하면서 국회을 끌고 갈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민생보다 더 좋은 명분으로 국회를 정상화하고 정치를 복원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의) 창구를 열어서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정성껏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강경일변도의 한국당과의 협상과 민생.개혁입법 관철이라는 쉽게 접점을 잦기 어려운지금의 정국에서 이 원내대표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 원내대표는 9일 오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는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첫 일정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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