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내릴 땐 찔금, 올릴 땐 빛의 속도'리는 지적에 한국석유공사 통계를 살핀 결과 서울은 인상폭과 인하폭이 비슷했지만 전국적으론 인상 속도가 다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는 인상 속도와 인하 속도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로 "재고 소진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내릴 땐 '찔금', 올릴 땐 '빨리'?…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부가 서민 경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유류세 인하의 폭을 지난 7일 15%에서 7%로 줄였다.
아직까지 유류세를 할인해주고 있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론 인하 폭을 줄였기에 그동안 내려가 있던 연료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값이 오르자 일부에선 "주유소가 지난해 인하 당시에는 천천히 내리더니 이번엔 즉각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의 통계를 살핀 결과 이러한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연료 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은 이번 인상 폭만큼이나 지난해에도 인하 폭을 즉각 반영했다.
유류세 15% 인하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해 11월 6일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15.32원으로 전날에 비해 58.52원 하락했다.
경유 가격도 1,541.27원으로 전날과 비교해 42.1원이 내려갔다. 다음날인 7일에도 휘발유와 경유 각각 25.9원, 17.48원이 추가로 내려갔다.
반면 최근 연료값 인상 추이를 보면 지난 7일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1,565.10원으로 전날에 비해 31.04원 상승했다. 평균 경윳값도 1,443.18원으로 전날에 비해 23.66원 올랐다.
이어 인상 이튿날인 8일 밤 11시 기준으로도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은 10.10원이 올랐고 경유는 5.97원이 올랐다.
결국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당시 이틀동안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은 총 84.42원이 내렸고 이번 유류세 인상 이틀 간은 41.14원이 오른 것이다. 경유는 인하 당시엔 59.58원 하락, 이번 인상 땐 29.63원이 올랐다.
이처럼 유류세 인하가 시행된 지난해에도 하락분은 첫날에 즉각 반영된 것이다. 당시 유류세 15% 인하로 인한 휘발유 인하분인 123원과 경유 인하분 87원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이 바로 반영됐다.
다만 '전국 평균가격'으로 넓혀 보면 이번 인상 속도가 지난해 인하 속도보다 다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세 15% 인하 적용 첫날인 지난해 11월 6일 전국 평균 가격을 살펴보면 휘발유는 1665.50원, 경유 가격은 1,478.46원으로 조사됐다. 전날과 비교해 각각 24.8원, 17.3원 내려갔다.
당시 휘발유 인하분인 123원의 20.1%만 즉각 반영됐고 경유 인하분 87원의 19.8%만 바로 반영된 것이다.
반면 지난 7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500.12원으로 전날에 비해 22.88원이 올랐고 경유는 1373.41원으로 17.65원이 올랐다. 휘발유 가격 상승분인 65원의 35.2%가 반영됐고 경유 가격 상승분 46원의 38.3%가 즉각 반영돼 인상속도가 보다 빨랐다.
◇ 인하·인상 속도 왜 다를까?… "결국 소진 속도差"
업계는 "인하분이 반영되는 속도보다 인상분이 반영되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로 '재고 연료의 소진 속도 차이'를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름값이 내려간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최대한 가격이 내려갈 때 사기 위해 '늦게, 적게' 구매한다"며 "결국 재고를 소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기름값이 올라간다고 할 경우엔 최대한 조금이라도 쌀 때 많이 사려고 해 수요가 몰린다"며 "결국 재고 소진 속도도 빨라져 동이 나고 주유소도 가격이 올라간 새로운 기름을 구입해 팔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기름값이 오르기 전엔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다 보니 재고분이 빨리 소진된다. 이후 주유소 역시 인상분이 적용된 새로운 기름을 사서 파는 것이라 가격 반영이 빠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석유업계도 유류세 인상분을 단계적으로 반영해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추세와 유류세 단계적 환원이 겹쳐 소비자 가격도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인상 요인이 일시에 반영되면 국민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어 주유소 가격에 단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