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조기귀국' 반발한 날…민갑룡 "선진적 변화 다가와"

민갑룡, 4일 수사권 조정 관련 입장 담은 메일 직원들에게 보내
"경찰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선진 형사사법체계로의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작은 과오, 실수 하나가 경찰의 미래 좌우"…내부 단속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4일 경찰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해당 법안을 "선진 형사사법체계로의 변화"라고 호평했다는 점이 뒤늦게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날은 해외 출장 중이던 문 총장이 조기귀국을 하면서까지 해당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비판적 입장을 표한 날로, 검찰의 반발 수위가 극에 달했던 때다. 주말이었음에도 민 청장이 내부 메일을 보낸 건, 경찰 수장으로서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고민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 청장은 당시 A4 용지 두 장짜리 입장문을 통해 "지난 4월29일 국회에서 경·검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며 "경찰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선진 형사사법체계로의 변화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그간 경찰의 쉼 없는 개혁 노력에 기인한 바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갑룡 경찰청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수사권 조정안을 '권력기관 개혁' 조치로 규정하며 문 총장과는 상반된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같은 날 문 총장은 "국가의 수사 권능 작용에 혼선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었다.

민 청장은 이런 평가 뒤에 국민 신뢰확보를 위한 경찰 내부 단속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 아직 경찰에 온전한 신뢰를 보낸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며 "민주, 인권, 민생 경찰로 도약하기 위한 개혁과 쇄신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민 청장은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는 동료의 자긍심을 깎아 내리는 유착 비리나,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채 헤아리지 못한 업무처리 등 우리의 의식과 태도에 그릇됨은 없는지, 일하는데 소홀함이 없는지 하나하나 돌아봐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개미구멍 하나가 천리의 둑을 무너뜨리듯, 작은 과오나 실수 하나가 경찰의 미래를 완전히 달라지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버닝썬 사태'로 불거진 경찰의 유착 의혹 등을 상기시키는 한편, 경찰 비위가 이어질 경우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민 청장은 "본립도생(本立道生), 나아갈 길은 언제나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에 있다"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찰의 대표라는 인식을 갖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똑바로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민 청장이 공개 입장 표명이 아닌 경찰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형식을 취한 데에는 자칫 외부에 '검·경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서는 곤란하다'는 고민이 녹아있다는 평이다. 경찰 수뇌부는 검찰 반발과 관련, 최근 수차례 회의를 거쳐 '할 말만 하자'는 식의 대응 방향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핵심관계자는 "문 총장의 발언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경찰청이나 청장 차원에서 공식대응은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검찰이 수사 종결권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호도하거나, 일부 사건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얘기하는 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6차례에 걸쳐 각 지방청과 경찰서 인사들을 대상으로 ‘경찰수사 개혁을 위한 권역별 간담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들의 수사권 조정안 관련 이해를 돕기 위한 자리"라며 "향후 대응을 위해서는 법안의 정확한 파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