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대표는 9∼10일 서울에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하고 북한의 최근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는 한편 북미 간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또 비건 대표의 방한 계기에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회의도 개최할 계획이어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한 상황이어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현지조사를 토대로 지난 3일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긴급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부로부터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정부가 2017년 9월 의결했다가 여태 집행하지 못한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가 이어지면서 실제 집행은 미뤄왔다.
또 국제기구를 통하지 않고 대북 식량지원에 직접 나서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실현된다면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대북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에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결론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개성에 두고 나온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정부에 9번째 방북을 신청한 바 있다.
한미워킹그룹 회의가 열리는 것은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회의 이후 약 두 달 만으로, 비건 대표의 방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한편 비건 대표는 방한 기간 청와대를 예방할 계획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도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