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 <코스닥 시장의 공시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올빼미 공시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밝힌 올빼미 공시란, 명절 연휴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기간'에 부정적 소식을 전하는 공시 행태를 의미한다.
시행방안으로는 설이나 추석 등 3일 이상 연휴 직전 매매일, 연말 폐장일을 '요주의 공시일'로 정하고 명단 공개 기준을 최근 1년간 2회 이상 또는 2년간 3회 이상으로 정하는 안을 밝혔다. 요주의 공시일은 보도자료가 나온 직후 올해 어린이날 연휴 (5월 4일~6일)도 포함됐다.
당장 5월의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 3일 오후 5시 38분 최근 논란이 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INVOSSA)와 관련해 코오롱티슈진이 공시를 한 게 문제가 됐다. (인보사의) 위탁생산 업체(론자)가 2017년 3월,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위탁검사를 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에 통지했다는 내용이었다.
허가 당시와 다른 성분이 포함됐다는 건 인보사의 판매 허가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 재개 승인 전까지 임상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한국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조사가 진행 중이다.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이 사실을 곧바로 알렸어야 했지만 인보사 성분 논란이 일어난 지 한참 뒤에서야 공시했다. 이마저도 연휴 전날 오후에 이뤄진 것이다.
회사 측은 이 내용을 3일 새벽 4시에 인지했지만 서류에 대한 번역 등에 시간이 걸렸고 최대한 빨리 공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은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공시가 있기 전날, 올빼미 공시를 잡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선 이에 대해서도 정확히 올빼미 공시라는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빼미 공시에 대한 범위를 정하지 못해서다. 올빼미 공시에 대해 '연휴 직전 매매일'이라는 것은 설정했지만, 매매일 전체를 범위로 할 지 장 마감 이후로 한정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가 시행 방안'안'이라고 해서 요주 공시일을 정해놨고, 거래소에서 세부사항을 정해서 운영을 해야하는데 정하지 않았다"면서 "세부 기준을 신속히 결정해서 알려줄 필요가 있다. 거래소는 실무안으로 3시 반 이후를 생각하고 있는데 거래소가 확정을 해야 하는 단계"라고 거래소에 공을 넘겼다.
이어 "코오롱티슈진의 공시는 문제가 있다. 거래소에서 올빼미 공시로 카운트 할 수 있다고 보지만 거래소에서 명확하게 판단할 내용"이라면서 "빨리 거래소가 범위를 정해서 5월 3일에 대한 공시는 사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소 내부적으로도 코스닥시장과 코스피시장 부서가 협의 중이고 이에 대해 금융위랑 또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
이 관계자는 "과거 올빼미 공시들 사례 시간 등 통계를 뽑아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인데 공감대 형성이 되면 기준을 신속히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설익은 올빼미 공시 근절 방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장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때 시장에 시그널을 주려고 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시장에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공시 건전성 확보 방침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북미 같이 상장법인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공시 가이드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면서 "계약·임상·허가·신제품 출시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신기술 개발과정을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각 단계 현황과 투자 위험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인보사 쇼크로 이날 코오롱티슈진 등 코오롱 관련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코오롱티슈진은 전날보다 4800원(29.72%) 떨어진 1만1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전날보다 1만400원(25.40%) 내린 3만550원으로 마감했다. 그룹 지주사 격인 코오롱은 전날보다 16.17% 하락한 2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