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일선 검찰까지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경계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경찰도 반박에 나서면서 두 수사기관 사이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일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수사의 개시와 종결권은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 개시와 종결까지 맡게 될 경우 통제 불가능한 권한을 갖게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경찰은 곧장 "관련 법안에 경찰의 권한을 통제할 요소가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돼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모든 기록을 검사가 60일 동안 검토하고 돌려보내게 돼 있다"며 "경찰이 일방적으로 사건을 종결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대책 논의가 최근 잇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의 주장을 비판해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사실과 다른 부분에 집중해 적극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찰청은 오는 10일부터 '고소 고발 입건 관행 개선 등 경찰 수사 개혁을 위한 권역별 간담회'라는 주제로 일선 경찰관들에게 법안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하기로 했다.
검경 수사권을 둘러싼 민감한 시점에서 특정 사건의 수사 과정을 둘러싼 공방도 오가고 있다.
당시 김씨가 문양 외에도 장모(당시 6개월)양과 지난 2016년 김모(당시 18개월)군에 대해서도 학대를 가했다는 정황을 추가로 포착한 데 대한 검‧경의 자체 평가가 엇갈린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강수산나 부장검사(51‧사법연수원 30기)는 이에 관해 "신고 접수 다음날 오전 전담 검사가 경찰에 김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 '초동 수사 지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검찰 수사 지휘권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군의 경우 해당 병원에 의해 아동학대전문기관에 학대 의심 신고가 되고서도 경찰 수사로 전환되지 않았던 점을 강조하며 "아예 묻힐 수도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경찰은 "통상적 절차에 따른 현장의 판단 덕분"이라며 "추가 피해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관계자 휴대전화를 제출받거나 압수해 포렌식을 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수사 절차 중 하나"라며 장양에 대한 학대 정황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됐다고 말했다.
'기소 여부 판단력'에 관련한 자료에 대해서도 검‧경은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경찰 송치 의견별 검찰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혐의없음·공소권없음 등의 이유로 불기소 의견을 붙여 검찰에 송치했지만 실제 검찰에서 기소된 사람의 수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3250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난 2014년부터 3년 동안 경찰의 전체 불기소 송치 인원의 0.6%인 3349명만이 뒤집혀 기소됐다"고 반박했다. 이들 사건 역시 검·경의 일부 견해 차이, 송치 이후 피의자의 자백이나 참고인의 진술 변경 등으로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