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은 방송 초반부터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윤서빈의 과거 논란에 직격타를 맞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는 윤서빈이 고등학교 재학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글과 함께 당시 윤서빈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음주를 하는 사진, 교복을 입고 흡연을 하는 사진 등이 퍼져 나갔다.
출연자 과거 행적이 문제로 떠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수없이 많다. 일반인이었던 출연자들이 유명해지는 과정에서 대중의 검증을 거치다가 부적절한 과거 행적이 발견되면 도마 위에 오르는 식이다. 해당 논란이 사실일 경우, 결말은 대부분 '하차'이지만 인기가 많은 출연자는 사과와 함께 다시 방송에 임하기도 한다.
출연자들을 세 번씩 인터뷰하면서 '과거 행적' 논란이 일지 않을 것을 자신했던 '프듀 101' 역시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상호 감시하는 사회에서 유명해지는 순간, 자신의 과거가 소환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히 차별과 혐오, 폭력 등에 민감해진 최근 사회 분위기 속에서 논란을 무마시키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가 방송에 나오면 굉장한 트라우마가 자극되니까 폭로가 이어진다. '미투' 등을 거치면서 2~3년 전부터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방송사도 기획사도 망각을 기대하며 과거에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인터넷 시대라는 건 결국 '투명사회'를 의미한다. 사회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일반인이 유명인이 되는 순간 과거가 호출된다. 결국 이 상호 감시 사회에서 사회 규범을 어긴 것이 한 두 가지라도 발견된다면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덧붙였다.
출연자 논란은 결국 개인의 일탈로 끝날 뿐, 그들의 이름값을 높여 수익을 얻고자 했던 누구도 이 문제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아이돌 그룹 양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핵심 주체인 방송사와 기획사 모두 그렇다.
이 평론가는 "정규직 PD가 전부 관장하는 것도 아니고, 비정규직 스태프들과 외주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방송 제작 시스템 상 철저한 검증은 불가능하다. 열심히 하는 만큼 보상을 받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기획사 역시 이런 연습생 한 명이 그들의 사업에 결정적 타격을 주지 않으니 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니 별로 투자도 안하고, 책임질 사람이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사후 대처가 되지 않으려면 방송사나 기획사의 철저한 사전 검증보다는 출연자의 주체적인 자기 검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차적으로 자기 검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문항을 넣어서 스스로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유를 막론하고 즉각 퇴출된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방법"이라며 "그렇게 사전 공지하면 출연자들도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된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을 뿐아니라 그런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