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칠두 (65세 시니어 모델)
지난해 우리나라 최대의 패션쇼죠. 서울패션위크 무대에서 젊은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당당히 프로로 데뷔를 했고요. 그 후로는 패션쇼뿐만 아니라 여러 무대를 종횡무진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여러분, 전직 순댓국집 사장님이시래요. 진짜세요?
◆ 김칠두> 맞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순댓국집 사장에서 프로 모델이 된 사나이. 시니어 모델 김칠두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김 선생님, 어서 오세요.
◆ 김칠두> 반갑습니다.
◇ 김현정> 어서 오세요. 사실 제 원고에는 김칠두 할아버님. 이렇게 써 있는데 제가 얼굴 뵈니까 할아버님이라고는 도저히 못 부르겠어요.
◆ 김칠두>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패션모델이라서 그러신지 일단 의상부터 굉장히 남다르신데. 직접 코디해서 입으신 거예요?
◆ 김칠두>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오늘 패션의 포인트는 뭡니까?
◆ 김칠두> 오늘 별다른 거 없습니다. 제가 바쁜 관계로 봄에 꽃놀이도 못 가고 그래서 오늘 또 김현정 PD를 보러, 인상을 심어드리기 위해서 오늘 하얀색으로 콘셉트를 맞춰봤습니다.
◇ 김현정> 구두까지 흰색이세요? 제가 구두까지는 못 봤는데. 맞네요. (웃음) 정말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쫙 멋지게 차려입고 오신 김칠두 씨. 지금 긴 헤어스타일하고 긴 수염은 모델 하려고 일부러 기르신 겁니까?
◆ 김칠두> 그건 아닙니다. 기른 지가 한 20년이 넘었죠.
◇ 김현정> 그러셨어요? 그러면 제가 듣기로는 전직 순댓국집 사장님이라고 들었는데 그때부터 그러면 기르고 계셨던 거예요?
◆ 김칠두> 그렇죠. 그전에는 정갈하게 좀 묶고 수염도 좀 다듬고 장사는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때도 좀 남다른 별명 같은 거 있으셨겠는데요.
◆ 김칠두> 별명이라는 게 수없이 많아요.
◇ 김현정> 수없이 많아요? 어떤 별명.
◆ 김칠두> 수식어들이 많은데 우선 쉬운 얘기로 제가 좀 멍하고 있으면 예수님을 닮았다든가. (웃음)
◇ 김현정> 와, 네. 약간 예수님 느낌이 있으세요. 그리고 테리우스 이런 얘기도 들으실 것 같고.
◆ 김칠두> 그렇죠. 요즘 그거는 제가 모델을 하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 김현정> (웃음) 순댓국집 하실 때는 ‘털보 아저씨’ 이런 별명도 있었을 수 있겠고. 털이 지금 또 수염이.
◆ 김칠두> 사실 제가 순댓국 장사하면서 굉장히 좀 바빴어요.
◇ 김현정> 잘됐어요, 장사가?
◆ 김칠두> 잘되다 보니까 면도할 시간도 없고 이래서 어떻게 기르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이렇게 털보가 됐습니다.
◆ 김칠두> 순댓국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이라는 데예요.
◇ 김현정> 시흥에서. 그런데 순댓국집이 잘됐다고 하셨는데 그 잘되던 순댓국집을 그만두고 어떻게 전혀 다른. 그러니까 옷장사를 하시다가 패션 일을 하게 됐다. 이러면 제가 이해가 되는데 순대하고 패션은 전혀...
◆ 김칠두> 사실 그건 순댓국 장사를 하기 이전에 남대문시장에서 여성 의류 도매를 했어요. 제가 직접 디자인해가며 그걸 하다가 그것도 좀 안 돼서 그만뒀겠죠. 그래서 순댓국을 시작하게 된 거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인생이 깊이가 있으시네. 그러면 옷 장사 말고 또 해 보신 것도 있으세요?
◆ 김칠두> 저는 안 해 본 장사가 없겠죠. 생선, 과일, 야채.
◇ 김현정> 생선도 팔아보시고.
◆ 김칠두> 연탄, 쌀. 여러 가지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여러분, 저는 갑자기 그 생각이 드네요. 이 패션도 사실은 표현인 거잖아요. 그냥 겉모습만 아름답고 멋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패션 모델은 뭔가 연기를 해야 되고 내면에서 우러나는 감정 표현이 있어야 되는 건데 우리 김칠두 선생은 안 해본 게 없어요. 산전수전 다 겪어보시고 나니까 젊은 모델보다 더 깊이가 있는 감정 표현이 가능한 게 아닌가.
◆ 김칠두> 그런 게 많이 적용이 됐겠죠.
◇ 김현정> 그렇죠. 도움이 되죠. 인생살이 이것저것 해 본 것이.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그런데 순댓국집을 그렇게 하시다가 어떻게 모델 일을?
◆ 김칠두> 그러니까 제가 순댓국을 하면서 좀 잘되다 보니까 사람이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같은 요식업이지만 큰 뷔페를 한다든가 큰 복집을 차린다든가 이래가지고 그것이 전체적으로 한 군데서 (손해가) 크다 보니까... 좀 안 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안 좋아지더라고요.
◇ 김현정> 장사가 점점점 기울기 시작했어요, 사업이?
◆ 김칠두> 그래서 다 정리가 됐죠.
◇ 김현정> 한마디로 망하셨군요?
◆ 김칠두> 하하하하!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가 뭐한데. 감사합니다, 대신해 주셔서. (웃음)
◆ 김칠두> 저는 절망을 몰라요. 사업 그동안에 쭉 하면서 사업하면서 절망도 많이 해 보고 흥도 많이 해 봤지만 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또 새로운 걸 찾기 때문에. 그래서 정리를 하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전 식구가. 부채도 있고 이래서. 또 막상 제가 한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수입이 있어야 되니까 생활이 돼야 되겠고.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다니다가 녹록치가 않더라고요. 결국은 건설 현장도 보름 다니다 보니까.
◇ 김현정> 막노동도 해 보셨어요?
◆ 김칠두> 네. 그런데 제가 좀 힘이 달려서 좀 못하게 되더라고요. 고민하는 그때 딸하고 이야기 좀 하다 보니까, 그전에 아빠가 잘했던 걸 한번 해 보자. 딸이 우선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아빠가 잘할 수 있는 걸 해 보자’ 하면서 모델을 딸이 추천하신거에요?
◆ 김칠두> 제가 20대 때 모델 도전도 한번 해 봤던 거고 그런 경력이 있어서 딸이 그걸 수면 밑에 있는 걸 끄집어내준 거죠.
◇ 김현정> 소싯적에는 잠깐 모델의 꿈을 꿨던, 산전수전 겪은 것 중에 그것도 있으셨던 건데요. 그때 바로 접었던 그 일을 ‘아빠 지금 다시 해 보세요.’ 이렇게... 여러분, 지금 장안의 화제 시니어 모델 65세 김칠두 씨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김칠두 선생의 외모도 멋있으시지만 삶의 마인드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도전으로 모델을 시작한다는 게 그 나이에 쉬운 일은 아닌데. 잊혀졌던 그 꿈에 도전하고 나서 전의 삶과 후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습니까?
◆ 김칠두> 전의 삶과 별로 바뀐 게 아직은 모르겠습니다마는 조금 나아졌다면 자유롭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제가 장사할 때는 하루종일 붙어 있었던, 제가 직접 음식을 했으니까. 그런 게 조금 여유롭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 그리고 사람들이 좀 알아보죠?
◆ 김칠두> 요즘 좀 많이 알아보십니다.
◇ 김현정> 많이 알아보세요? 제일 기억나는 팬은?
◆ 김칠두> 제일 기억나는 팬은 따로 없지만 (웃음) 오늘도 전철 타고 오는데도 전철 안에서 좁은 데서도 사진 한번 찍자 그래가지고. 그러고 왔습니다.
◇ 김현정> 전철 타고 다니세요?
◆ 김칠두> 저는 대중교통. 아직 차가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너무 많이 알아보셔갖고 이제는 뭐 좀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요?
◆ 김칠두> 글쎄요. 그럴 날이 있겠죠. (웃음)
◇ 김현정> 지금 이제 연세 드신 분들도 저희 뉴스쇼 많이 들으시는데 ‘대단하다, 멋있으시다, 저도 꿈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런 문자들 많이 보내주세요. 그런데 김칠두 선생, 김칠두 씨. CF가 들어온다라고 하면 표정 연습도 가끔 하세요, 그럴 날을 대비해서?
◆ 김칠두> 그렇죠. (웃음) 많이 그러고 있죠.
◇ 김현정> 그러면 무슨 모델을 한번 해 보고 싶으세요?
◆ 김칠두> 저는 사막에 모래가 쫙 날리는 데서 SUV 멋있는 자동차 광고 한번 딱 찍고 싶어요.
◇ 김현정> 지프차 같은 거, 이런 거 딱 몰고 가서 사막에서?
◆ 김칠두> 네.
◇ 김현정> 그럼 여기가 사막은 아닙니다마는 사우디의 사막 한가운데라고 생각하시고 SUV 쭉 몰고 와서 마지막 표정 연기 있잖아요, 그 마지막 장면. 그 강렬한 표정 한번 가능하십니까?
◆ 김칠두> 글쎄, 될까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카메라 보면서 한번 표정 연기 들어갑니다. 제가 감독이에요. 큐 드릴게요. 자, 큐! (웃음)
◇ 김현정> 지금 라디오로 들으시는 분들한테 제가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너무 안타까운데 눈빛이, 눈빛이 살아 있네요. 연습을 좀 하시는군요, 정말.
◆ 김칠두> 많이 연습합니다.
◇ 김현정>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으세요?
◆ 김칠두> 아직은 모르고 있어요. 재미있어서 그런지 요즘 계속 흥이 나고 아주 삶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렇게 표정 연기하고 또 무대 위에 워킹하면 사람들이 막 쳐다보고 이러면 좀 떨리거나 그렇지는 않으십니까?
◆ 김칠두> 글쎄요, 저는 아직까지. 처음에 런웨이 할 때도 떤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 그냥 즐거움이고 내가 즐긴다 또 즐겁고. 그런 생각뿐이 없었어요.
◇ 김현정> 천상 모델이시네요.
◆ 김칠두>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까지 어떻게 보면 삶을 위해서 그 끼를 누르고 사셨다가 제2의 인생을 활짝 펴고 계신다는 느낌이 드는데.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 이제 뭐 사실은 65세면 이제는 할아버지라고, 할머니라고 할 수도 없어요, 요새 같은 때는.
◆ 김칠두> 네, 그렇다고들 하시데요.
◇ 김현정> 일을 내려놓고 은퇴하고 나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데 도전에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계신 분들, 집에 그냥 계신 분들, 뭘 할지 모르는 그분들을 위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분으로서 조언을 해 주신다면. 망설이지 말아라?
◆ 김칠두> 제가 그분들한테 조언이라면 건방지고요. 사실 제가 큰 인물도 아닌데 괜히 시건방진 얘기 같고 그래서 말씀 조금 드린다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어떤 재질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재능, 숨겨진 재능.
◆ 김칠두> 저는 그러한 얘기를 하고 싶어요. 재능이 있는 어떤 진짜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재능, 끼를 좀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 김현정> 일단 숨겨져 있는 게 뭔지 잘 생각해 보고. 발견을 했어요. 했어도 도전이라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러다 망가지면 어떡해요. 실패하면 어떻게 해요.
◆ 김칠두> 이 나이에 망가질 게 뭐가 있습니까. 다 내려놓고 세상 사는데.
◇ 김현정> 망가져봤자 망가지기밖에 더 하겠느냐?
◆ 김칠두> 그렇죠. 그렇지 않습니까?
◇ 김현정> 안 해서 후회하나 하고 실패해서 후회하나 마찬가지다?
◆ 김칠두> 그렇죠. 일단은 우리 딸이 이야기했듯이 ‘아빠, 저지르고 봅시다.’라는 말같이 그렇게 저지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 김현정> 멋집니다. 일단 저질러보자. 망설이지 말아라. 안 하고 후회하는 게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더 큰 후회다.
◆ 김칠두> 맞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외모만 멋있는 게 아니라 삶의 태도, 마인드까지도 멋있는 화제의 패션모델, 시니어 모델 오늘 김칠두 씨와 함께했고요. 저희가 오늘의 노래라는 시간이 있어요. 오늘의 노래가 나가는 동안 지금 보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서 스튜디오가 좁긴 합니다마는 모델이라면 워킹이잖아요. 워킹을 잠깐만 맛보기로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 김칠두> 어렵지 않죠. 직업이니까요.
◆ 김칠두> 워킹하기도 좋은 곡이라기보단 연휴 끝나고 출근하시는 분들, 즐거운 마음으로 또 활기차게 들으시라고. (웃음)
◇ 김현정> 오케이. 이미 노래 나가고 있습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워킹 보면서 김칠두 씨 보내드리죠. 고맙습니다.
◆ 김칠두>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