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이 본 '나의 특별한 형제'… "나쁜 사람 한 명도 없어"

[노컷 인터뷰] '나의 특별한 형제' 세하 역 신하균 ①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신하균을 만났다. (사진=NEW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워낙 경험도 많고 연기 잘한다고 정평이 난 분이어서 확실히 중심을 잡아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몸을 움직이지 않고 표정으로만 연기한다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신뢰가 있었습니다." _ 4월 17일, '나의 특별한 형제' 언론 시사회 中 육상효 감독

육상효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을 확정한 건 신하균이었다. 성을 딴 별명 '하균신(神)'으로도 곧잘 불리는 신하균의 합류는 큰 힘이 됐다.

머무르고 있는 시설의 '브레인'으로 활약할 만큼 뛰어난 두뇌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말솜씨, 장애인에게 절대 녹록지 않은 세상 앞에 굽히지 않는 태도를 갖춘 인물.

동시에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 때문에 피 안 섞인 동생 동구(이광수 분)의 도움이 있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강세하. 신하균은 극중 세하로 완벽히 분해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순간순간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하겠다는 결정은 빨리 내렸지만, 두려움은 컸다고.

◇ 읽고 나서 거의 바로 '나의 특별한 형제'에 합류하다

신하균은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거의 바로 합류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원래도 작품을 받고 나서 시간을 끄는 편은 아니지만, 기존에 나온 장애인 소재 영화와는 '다른 시선'을 가진 점이 특히 좋았단다.

신하균은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별반 다를 바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도) 약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나. '도와가면서 살아가자' 하는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우리가 잊고 사는 건 아닌가, 요즘 이런 시대에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신하균은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따뜻한 시각으로 보더라. 저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좋았다"고 부연했다.

'방가?방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등 그간 영화에서 보여준 육상효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점도 인상적이었다. 신하균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 같이 사는 이야기다. 감독님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더라. 정말 나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신하균은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머리 좀 쓰는 형' 세하 역을 맡았다. 동구(이광수 분)와 머무르던 '책임의 집'이 위기에 처하자 꾀를 내어 돈벌이를 하려고 앞장서는 '브레인'인 그는 겉으로는 다정하지 않지만 사실은 동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인물이다.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나의 특별한 형제'는 전라도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십여 년을 한 몸처럼 산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 실화에서 출발한 영화이기도 하다. 신하균은 작품에 들어가면서 두 사람의 사연을 알게 됐다.

신하균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는 좀 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실화와) 조금 다를 순 있지만, 많은 부분 두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신하균이 맡은 세하 역의 실제 모델인 최승규 씨는 시사회에 직접 와 영화를 봤다. 어떻게 봤는지 소감을 들었냐고 물으니 신하균은 "되게 좋아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님하고 통화하셨는데 재밌게 보셨다고 한다. 라면 먹는 장면, 법정 장면도 실제 있었던 일을 넣은 거니까 본인 이야기 같아서 너무 좋아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본인은 어떻게 봤을까. 신하균은 "다 재밌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그는 "촬영한 대로 나왔다"며 "어쨌든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잘 담긴 것 같다. 우리 영화에 맞게, 과하지 않고 잔잔하게 잘 나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정작 자기 연기에 대해서는 평이 박했다. "단점부터 보이니까 첫 시사 때는 민망했다"고 했으니.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 영화에 맞는 톤이 나온 것 같다. 다른 영화하고 차별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 목표는 '모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세하라는 인물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 세하란 인물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묻자 신하균은 "굉장히 슬펐다. 굉장히 안타까운 인물이고"라고 답했다.


이어, "삶의 무게를 짊어진 친구라는 정서가 컸다. 표현되는 부분은 거칠지만 내면에 있는 따뜻함, 동생에 대한 애정이 공존하는 캐릭터라 그게 같이 표현되면 되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다섯 살짜리 아이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동구의 감정선을 따라 간다. 세하의 진심이 어떤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속내가 나온 장면을 꼽아달라고 물었다. 신하균은 "(동구에게) 안 간다고 해 놓고 가는 것"을 들었다.

신하균은 목 밑으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 역이어서 극중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얼굴 말고는 몸을 못 쓴다는 설정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너무 오랫동안 못 움직여서 혹시 근육통은 안 왔냐는 질문에 신하균은 웃음을 터뜨리며 "계속 그러고(앉아) 있는 건 아니고, 모니터하러 가느라 일어나고 그랬다"고 답했다.

몸에 힘을 빼고 있어서 근육통이 생길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오히려 몸에 힘이 들어갈까 봐 주의했다. 감정이 올라가더라도 몸 전체의 힘은 빼려고 했다. 신하균은 "처음에는 어려운데 하다 보니까 되더라. 몸과 목 위가 따로 움직이는 게 되더라"라고 덧붙였다.

신하균은 "제가 연기하면서 은근히 몸을 많이 썼다"며 "근데 일단 (휠체어에서) 잘 안 일어나게 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동해야 되는데 조감독이 와서 끌어준 적도 있다. 안 일어나도 알아서 해 주더라"라고 전했다.

"(몸의) 많은 부분을 못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말밖에 없잖아요. 항상 당당하고요. 가끔은 공격적일 수도 있고 언변도 굉장히 화려하죠. 다른 부분이 묶여 있으니까 이쪽(말)이 많이 발달하고 있었겠죠? 그런 부분은 감독님께서 많이 말씀해주셨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이거예요. 우리가 장애를 생각할 땐 '불편하고 다르다'고 보지만, 정작 그분(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요. 몸만 못 움직일 뿐이지, 모든 감정을 다 자유롭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게 처음의 목표였어요."

신체 연기에 제약이 있으니, 감정 연기에 더 집중해야 했다. 신하균은 동생 동구와의 관계 등 '감정'에 충실하자는 생각이었다. 긴 대사를 외우는 것은 안 어려웠지다. '세하'라는 인물이 그걸 어떻게 소화할지 생각하는 게 더 어려웠다.

그렇다고 어떤 점이 힘들다고 드러내놓고 말하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말로는 안 한다. 굳이 제가…"라는 신하균의 말에 모두 박장대소했다. 난관을 만났을 때 헤쳐가는 그의 방법은 계속 시도하는 것이다.

일단 처음 생각했던 대로 해 보고,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나?' 고민한 후 다른 테이크에서는 다른 것을 찾아서 해 본다. 신하균은 "감독님이 '이거 좋은데 요런 식으로 해 볼까요?' 하시면 그렇게 하기도 한다. 영화 작업은 이렇게 하나씩 찾아갈 수 있어서 좋다. 전체적으로 좋았던 테이크를 쓰면 되니까. (그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아, 이게 이런 인물이었구나' 하면서 깨닫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 신하균이 들려준 영화 속 그 장면 뒷이야기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신하균의 첫 촬영 장면은 '책임의 집'에서 미현(이솜 분)이 다가와 줄기세포가 발달돼 나중에 몸이 나으면 어떡할 거냐고 묻는 장면이었다. 초반은 어린 세하 역 안지호와 어린 동구 역 김현빈 등 아역 배우들이 맡아서 했기에, 영화상에서는 중간 부분이 신하균의 출발점이었다.

신하균은 "항상 그렇다. 항상 첫 촬영은 긴장되고 어려웠다"면서도 "감독님이 워낙 꼼꼼하시고 친절하시다. 어른이시고.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하고 하니까 의지도 많이 됐다. 감독님이 정확한 포인트로 글을 쓰시고 연출하셔서 감정 라인을 정확히 따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육 감독의 스타일이 어떻냐고 물으니 "구체적으로 '뭘 하세요'라고 말씀은 안 해 주시는데 절제를 많이 시켜주셨다. (감정이) 올라갈 수 있는 건 조금 낮춰주시고 제 몸 상태도 많이 봐주셨다. 숨을 조금 작게 쉬어달라고도 하셨다"며 웃었다.

이어, "우리 영화가 뭘 강요하지 않으니, 그 전체적인 톤에 맞춰서 감정 조절을 해야 했다. 그래야 인물이 튀지 않는다. 그 안에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코끝을 시큰하게 하는 따뜻함과 크게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쾌함을 겸비한 영화다. 혹시 추천하고 싶은 코믹한 장면이 있냐고 묻자, 그는 웃기기 위해 어떤 설정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웃음을 유발하는 세하와 동구의 대화도 두 사람이 보낸 세월이 담겨있어서 재미있었다는 게 신하균의 설명이다. 신하균은 "이분들의 생활이 이렇다는 역사가 보이는 거다. 은행 도장 씬만 해도 세하의 애정이 보이는 것 같다. 동구가 혼자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나, 대사를 통해서"라며 "(그 장면은) 웃기긴 웃기는데 좀 짠했다"고 전했다.

가장 웃음이 나는 장면으로는 엔딩의 '라면 씬'을 꼽았다. 애드립으로 만든 유일한 장면이다. 신하균은 "저도 그렇고 광수 씨도 애드립을 하는 배우는 아니다. 쓰여진 대로 연기하는 편"이라며 "(라면 씬은) 대사도 없었고 '같이 라면을 먹는다' 정도로만 나와 있었다. (당시 대사나 상황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 신하균 (사진=NEW 제공)
'술을 좋아한다', '전동 휠체어를 사용한다' 등 세하의 특성과 관련된 장면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 기자가 술 마시는 장면에서 혹시 진짜 술을 마셨냐고 묻자, 그는 "실제 맥주는 아니었다. 소주 먹는 장면도 있는데 편집됐다.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설정이라서"라고 밝혔다. 본인은 일할 때보다는 일을 마치고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고.

영화에서 아마 가장 가슴 졸이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 전동 휠체어 질주 장면은 '안전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하균은 "뒤에서 (제작진이) 원격 조종을 해 줬다. 우리 영화랑 맞게"라며 "내리막에서는 속도가 좀 난다. 평지에서는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빨리는 못 간다"고 말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상태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 배우들이 할 몫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 너무 다른 영화니까, 같이 다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부분이 명확하고 또 다른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으니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극장에서 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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