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10개월 동안 중국은 미국에 500억 달러 첨단제품에 대한 25% 관세, 2천억 달러에는 10% 관세를 지불해오고 있다"며 "금요일(오는 10일)에는 10% 관세가 25%로 올라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과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면서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선언에 대해 미중 간 10차례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미국 측이 중국과 함께 노력해 서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상호 존중의 기초 아래 호혜 공영의 합의를 달성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미국 측이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는데 이런 유사한 상황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차분한 모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오는 8일 예정된 워싱턴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철수할 가능성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줄 수 있는 건 중국 대표단은 미국에서 가서 무역협상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일축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짧게 소개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의도를 분석하는 기사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의 이런 신중한 태도는 그만큼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중국의 절실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 나오자 중국의 주요 증시가 급락한 것도 중국 경제가 느끼고 있는 공포감을 반영하고 있다. 6일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우량주를 모은 CSI300 지수가 3.5% 급락했고, 상하이 종합지수도 3.0% 떨어졌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5% 넘게 주가가 빠지기도 했다. 올해 신중국 창립 70주년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맞아 시진핑 주석이 국내적으로 큰 성과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정치적 고려도 중국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협상 국면에서 중국이 매우 몰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작정 강대강 대치국면을 유지해 가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예상보다 '로우키'로 문제에 접근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미중간 강대강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관세율을 인상할 경우 중국 역시 보복관세로 맞대응 할 수도 있겠지만 양국이 상대국 제품의 수입량에서 막대한 격차를 보이는 만큼, 당초 중국이 선언했던 '같은 강도'의 관세 보복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8일부터 재개되는 양국 협상이 진통을 겪겠지만 협상 결렬보다는 중국이 미국에게 좀 더 통 큰 제안을 하면서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쪽에 전문가들의 예상이 쏠리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자체 결렬보다 협상 진행상황이 늘어지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한 점에 미뤄 예상보다 빨리 양국이 전격 합의안을 도출해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