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의 비난을 의식한 경찰청은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일부 개선책을 내놨지만, 1계급 특진 방침은 유지하고 조선일보가 최종심사를 진행하는 등 실질적으로 바뀐 것이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 민갑룡 청장 청룡봉사상 고심끝에 결국 '폐지' 아닌 '존속'으로 가닥
경찰청은 CBS 연속 보도 이후 이 상의 존폐 여부를 논의해왔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청룡봉사상을 둘러싼 비판 여론을 보고 받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주 가까이 수차례 실무회의가 반복됐고,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와의 접촉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상 후보자 추천 마감일인 3일에서야 경찰청은 상을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윤곽을 잡았다고 밝혀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청룡봉사상은 폐지되지 않고, 조선일보와의 최종 후보자 공동심사도 유지된다"며 "다만, 개선책은 일부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의 여론과는 배치되는 엉뚱한 결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조선일보가 특진상을 통해 경찰 인사에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갑룡 청장은 이를 무시하고 결국 유지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청룡봉사상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50년 넘게 이어진 이 상의 심사과정에서 특진 후보 경찰관들의 주관적 세평과, 감찰내용이 조선일보 측에 일부 제공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유력 언론의 영향력 하에 종속되길 자처한 것이라는 비판이 각계에서 뒤따랐다.
특히 청룡봉사상을 중심으로 '장자연 사건'의 의혹 당사자인 조선일보와, 이 사건 수사 당사자인 경찰 간의 수상한 연결고리가 드러나자 '포상 폐지'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2009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직접 참석한 시상식에서 청룡봉사상을 받아 특진한 A 경위는 해당 사건 수사에 관여한 인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이듬해 특진자 심사를 맡았던 조선일보 간부는 이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경찰 고위 간부를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었다.
이 상을 유지할 경우, 경찰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실제로 노무현정부 당시 경찰은 이런 이유에서 청룡봉사상을 폐지한 전례도 있지만, 그럼에도 '민갑룡표 경찰'은 유지 방침을 정한 것이다.
◇ 예비심사는 경찰이, 최종심사는 조선일보와 공동진행…'무늬만 개선'
경찰청이 '조선일보와 공동심사로 특진자를 선정한다'는 큰 틀은 그대로 둔 채 투명성을 제고한다며 내놓은 개선책은 크게 두 가지다.
경찰청에 따르면 특진 후보자로 추천된 경찰관들에 대한 예비심사는 경찰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후보자들의 업적이 사실인지 여부를 따지는 예비심사조차 조선일보와 함께 진행했었는데, 이제는 경찰 단독으로 하겠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경찰청이 한 차례 적정 후보군을 추리면, 이후 경찰청이 특진 포상 정원의 2~3배수로 다시 압축해 최종 심사에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최종 심사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조선일보 인사들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그간 최종 심사에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참여해왔다. 실질적인 개선이 아닌 '무늬만 개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경찰청은 조선일보에 전적으로 맡겨왔던 외부 심사위원의 구성을 2 대 2로 나눠서 하기로 했다는 점을 개선책으로 내세웠다.
경찰청은 이같은 방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과 협의했으며, 오는 6월 시상식을 강행할 방침을 세우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청룡봉사상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해왔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경찰의 공식 발표를 들어봐야겠지만, 내부 결론이 사실이라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룡봉사상에 수상에 따른 경찰 특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지난달 24일까지 1만9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기한이 마감되자 이어서 같은 취지의 글이 게시판에 다시 올라왔고, 6일 기준으로 8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