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광수는 출연작을 잘 보는 편이라고 한다. "사실 저 스스로한테 좀 관대한 편이라…"라는 말로 웃음을 유발한 그는 "아쉬운 점은 늘 있지만 저한테 개인적으로 만족하면서 사는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않는 것, 안 좋은 건 오래 생각하지 않는 것, 나중을 위해서 참기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중시하는 것. 스스로를 "비교적 긍정적"이라고 밝힌 이광수가 '건강하게 사는 법'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광수는 '최선을 다한 후에는 거기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노출된 직업을 갖고 나서부터는 좀 더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 신하균 나이쯤에 신하균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 이유
이광수는 앞선 언론 시사회 때 "나중에 하균이 형 나이가 됐을 때 하균이 형처럼 살고 있으면 내 인생은 참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동료이자 선배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광수는 "예전에 군대 있을 때 외박 나와서 '웰컴 투 동막골'을 봤다. 하균이 형 영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라 형을 처음 만났을 때 (형이) 옆에 있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지만, 형인 신하균이 먼저 다가오려고 노력했다는 게 이광수의 설명이다. 서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더 만나려고 하고, 전화통화도 하면서 가까워졌다. 신하균은 이번 인터뷰를 앞두고 평소에 말이 많지 않은 이광수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해 일동 웃음이 터졌다.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배우들이 금세 친해졌다는 게 이광수의 설명이다. 그는 "다들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많이 걸어다니는 편이었다. 하균이 형이 맛집을 많이 알고 있어서 형이 맛있는 걸 많이 사 주실 때 따라 다녔다"고 말했다.
신하균-이광수-이솜은 특히 상대방 없이 혼자 촬영할 때 서로의 소중함을 느꼈단다. 이광수는 "형이랑 저랑 솜이랑 따로 떨어져서 찍는 씬이 많지가 않았다. 형이 바닥에 넘어지는 씬을 찍을 때 다들 (다칠까 봐) 걱정했는데 형은 (다른 사람이 없어서) 되게 심심해했다고 한다. 혼자 의자에 앉아있고…"라며 웃었다.
이어, "솜이도 혼자 있으니까 자기한테 아무도 말 안 시킨다고, 그때 (저희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한다"며 "저도 같이 있다가 없으니까 공허함이랑 그리움을 느껴서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아쉬움은 늘 있지만 관대한 편이라 저는 개인적으로는 많은 관객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스스로 만족감이 높았어요. 현장에서도 너무 행복했고 제가 얻은 것도 너무 많고. 혼자 촬영한 게 아니라 같이 얘기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촬영해서 그런지 사실 그거에 대한 후회는 잘 안 하는 편인 것 같아요."
◇ '배우' 이광수의 10년을 돌아보니
이광수는 원래 미술을 했다. 그림을 그리다가 고등학생 때 모델 일을 우연히 시작했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그림을 다시 하다가, 우연히 극단에 들어가 입시 연기를 준비했다.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가 군대 다녀와서 CF로 데뷔한 케이스다.
이광수는 "나는 꼭 연기자가 되어야겠다, 하는 생각은 사실 명확하게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운 좋게 무명 시절이 길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운은 계속됐다. 원래 서브 모델로 섭외됐던 한 광고 촬영장에서 그는 메인 모델이 되었고, 그 CF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MBC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에 캐스팅될 수 있었다. 그 뒤론 '지붕 뚫고 하이킥', '동이'를 연달아 했다.
작품을 할수록 연기에 관한 애정이 생겨났냐고 묻자, 이광수는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참 감사한 일이고 참 큰 행복인 것 같다"면서 "많은 분들이 애정을 갖고 하시겠지만, (저희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 뭔가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희열도 굉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수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냐, 캐릭터냐 하는 우선순위는 따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재밌게 보고 캐릭터에 공감이 되면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며 그중에서도 "그전에 했던 것과 조금 다른 것에 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그분이 오신다'로 연기를 시작했으니, 이광수도 배우로 활동한 지 올해 11년째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어떻냐고 하니 그는 멋쩍게 웃으며 "사실 제가 11년이 지난 배우다, 이런 게 실감 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광수는 "저 어렸을 때부터 봤던 형들이랑 똑같이 만난다. '런닝맨'에서도 세찬이, 소민이가 들어왔지만 형들이랑 지효 누나가 있어서 계속 저는 동생 축이다. 시청자분들이 보셨을 때도 제가 나이 먹고 경력 쌓이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셨을 것 같다. 근데 가끔 제 필모(그래피)를 보거나 어린 친구들이 인사하거나 이랬을 때 사실 좀 뿌듯함 같은 게 많이 드는 것 같다"고 웃었다.
대표작을 꼽아달라고 부탁하니,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한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본 작품은 영화 '좋은 친구들'(2014)이다. 이광수는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유심히 보면서 촬영 때 생긴 추억들을 곱씹는다고. 함께한 지성, 주지훈과 현장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생생하단다.
이광수의 꿈은 '행복한 지금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연기적으로 더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지금의 행복감을 유지하고, 지금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잘 책임지고 살고 싶다. 어떻게 보면 꿈 같은 거다"라고 전했다.
◇ 예능인과 배우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작품에 들어가면 주 1회 시간을 빼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광수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런닝맨'의 멤버로 지금까지 활약할 수 있었다. 녹화 시간을 조금 늦추거나, '런닝맨' 끝나고 바로 다시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으로 갈 때도 있었다.
인제 9년을 하니까 '런닝맨 이광수'를 알고 섭외해서, 작품 촬영 중 쉬는 날을 '런닝맨' 녹화 날인 월요일로 한다고. 이광수는 "스케줄을 움직이는 게 참 어려웠는데 저도 9년 되다 보니까 '런닝맨'에서도 배려를 많이 받으며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저보고) 누가 개그맨이라고 하면 그것에 대해서 '아닌데…'라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기로 그분들의 생각을 바꿔놓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근데 지금은 저한테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연예인으로 봐주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들에게는 '런닝맨 이광수'로 남을 수도 있고, 배우로 봐주시는 분들도 있죠. 제가 어떻게 해도 그분들의 생각을 바꿔놓을 순 없어요. '런닝맨'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매주 웃음을 드릴 거고, 영화 드라마에서는 잘 연기할 거고요. 어떻게 보면 배우로도 불리고 예능인으로도 불리는 게 되게 감사한 것 같아요. 지금처럼 저대로 열심히 하고 싶어요."
◇ 나중을 위해 행복을 유예하지 않는 삶
이광수는 이날 인터뷰를 하면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보람'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평소에도 목표에 다다르는 것보다는 과정의 내실을 중시하는 편이냐고 물으니, 그는 "제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중을 위해서 지금 참는 것도 물론 좋은 삶이지만 지금 당장이 행복해야 나중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서요. 운 좋게 지금까지 너무 좋은 분들이랑 촬영했어요. 앞으로도 그러고 싶고요. 저는 비교적 긍정적인 편인 것 같아요. 뭔가 안 좋은 거는 많이 생각하지 않아요. 좀 단순한 것 같지만 그래야 저 스스로한테도 건강한 것 같아요. 이 직업을 갖고 나서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이광수는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작품과 작품을 맞물려가며 찍었던 그가, '차기작 없이 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광수는 "이 시간을 어쨌든 잘 보내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외국어나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