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거부한다" 치장 규범 벗어던진 '드랙 퍼레이드'

"바지가 짧아도, 털이 무성해도 상관없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해방촌 입구에서 열린 '2019 서울 드랙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분장을 한 채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와아"하는 환호 소리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해방촌 일대에 울려 퍼졌다.

백발 머리에 몸이 드러나는 보라색 전신 드레스를 갖춰 입고, 수염 위에 짙은 화장을 하고, 제모하지 않은 다리에 데님 핫팬츠를 올려 입은 사람들은 줄지어 거리를 행진했다.

올해 두 번째를 맞은 '2019 서울 드랙 퍼레이드'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 스타일을 진실하게 표출하도록 장려한다"는 목적을 내세웠다. 행사에 참여한 200여 명의 국적은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인도 등 다양했다.


드랙 문화는 성별에 따른 의상 규범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이다.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스타일에 따른 차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날 오후 5시쯤부터 시작된 행진에서 참여자 A(27)씨는 "친구들하고 처음 참여해봤는데, 일부 사람들의 생각처럼 자극적이기보단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 니키(가명‧22)씨도 "한국에서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몰랐는데 함께할 수 있어서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진이 진행된 40분여 동안 일부 사람들은 짧게 욕설을 하거나 십자가를 들고 항의성 외침을 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충돌은 없었다.

"행사에서 혐오세력이나 반대세력과 마주하면 절대로 싸움에 가담하지 마시고 무시로 일관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는 공지는 이미 행사 전 주최 측에 의해 전해졌다.

드랙 퍼레이드 조직위원장 '허리케인 김치'는 "지난해에는 주최하는 입장에서도 처음이라 조금 낯설었는데 이번엔 좀 더 자리가 잡힌 것 같다. 내년 퍼레이드도 희망적으로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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