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년 노력 허사" 빗장 풀린 청주 '러브모텔'

옛 청원군 2002년부터 건축심위원회 통해 모텔 건축허가 제동
지난해 2월 갑자기 가덕면 16년 만에 허가…이후 11건 허가 또는 추진
내부에서조차 "갑자기 풀린 허가 납득할 수 없어"

기사와 무관(사진=자료사진)
20년 가까이 막혀 있던 충북 청주시 도심 외곽의 이른바 '러브모텔' 건축의 빗장이 최근 갑자기 풀렸다.

허가를 받았거나 추진하고 있는 곳만 벌써 10곳이 넘어 손을 쓰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4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통합시 출범 전 옛 청원군이 건축심의위원회를 통해 속칭 러브모텔 허가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오창 신도시가 생기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모텔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자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하고 나섰다.


모텔 건축이 번번이 무산되자 이후 모텔을 짓겠다는 사업자들의 건축허가 신청조차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이처럼 10년 넘게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빗장이 어찌된 일인지 최근 갑자기 사라졌다.

상당구청은 지난해 2월 가덕면에 3층 규모의 일반 숙박시설 건축 허가를 내줬다.

오창과 오송 등의 신도시를 제외하고 옛 청원군 지역에 신축 모텔이 들어선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역시 청주시건축심위원회를 거쳤지만 옛 청원군 때와는 정반대로 통과됐다.

당시 심의 과정에서 그동안의 모텔 건축 제한 경과와 무분별한 모텔 난립, 청남대 관광지 이미지 훼손 등을 이유로 한 허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일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20년 가까이 유지됐던 빗장이 풀린 뒤 모텔 허가 신청이 구름처럼 밀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청주에서 이미 허가된 모텔만 가덕과 북이면 등 모두 3곳이다.

각 구청별로 모텔 건축을 위해 접수된 사전심사청구만 가덕과 낭성, 강내와 남이 등 벌써 8건에 달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2월 가덕 모텔 신축 허가 이후 입소문이 많이 나면서 모텔 건축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주거와 교육 환경을 악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건축심위원회에서 제한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도심 외곽의 무분별한 모텔 건립이 현실화되면서 시청 내부에서조차 20년 가까이 유지됐던 빗장을 갑자기 푼 행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각종 의혹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한 건축직 공무원은 "러브모텔 건축 허가가 갑자기 이뤄진 과정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그동안의 행정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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