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전날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과 대구, 부산에서 차례대로 거리투쟁을 벌이며 지지층 세(勢) 결집을 확인했다.
이날 호남 방문에서는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한 채 집회를 종료하는 등 정반대의 모습이 연출됐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황 대표 등 지도부가 최근 5‧18 망언 논란 당사자들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규탄 시위를 펼치면서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황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장외집회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10시경 광주 송정역을 찾았다.
한국당에 대응 집회를 예고했던 민주노총 광주지부와 진보연대 등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은 행사 시작 30여분 전부터 송정역 인근에서 '5.18 역사왜곡 폄훼, 자유한국당 해체'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주, 전남 애국시민 여러분이 피 흘려 헌신한 것 아니냐"며 "자유의 근간은 삼권 분립인데 이 정부가 먼저 행정부를 장악 후 사법부를 장악했다"고 문재인 정권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개정해 의회까지 지배하려고 한다"며 "이 정부 독단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독재 국가를 만들고자 해서 저희가 (장외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권과 여야 4당이 선거법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이 의회 장악을 통한 독재 체제로 가는 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에 대해서도 황 대표는 "검찰에서 이 정부 입맛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공수처가 그 사건을 가져올 수가 있다"며 "공수처가 수사를 하면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 되겠냐"며 정권의 악용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황 대표의 연설 도중 "자유한국당 해체"라는 고성이 나왔고, 일부 시민단체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트는 등 항의성 시위로 맞불을 놨다.
전날 경부선 집회에서 시도당 위원장이나 지역 당협위원장 등의 연설도 진행됐지만, 광주 집회에서는 이같은 시민들의 항의 때문에 조경태, 신보라 최고위원과 황 대표 등 3명의 연설을 끝으로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전주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 송정역 안으로 이동하는 도중 일부 시민단체들이 황 대표 일행을 막고 사과를 요구하면서 몸싸움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일부 회원들이 황 대표 등에게 생수병에 든 물을 뿌리는 등 물세례를 퍼붓자 경찰이 우산을 펼쳐 이를 막는 등 소란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20분경 전주역 광장에서 진행된 장외집회는 직전에 열린 광주 집회에서보다는 반발이 덜 했다. 전북도당 관계자를 포함한 총 30여명이 모인 전주역 집회는 지나가는 시민들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다소 썰렁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황 대표는 전주역 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지리에서 호남 방문 소회에 대해 "당 대표가 되고 나선 처음 왔는데 할 일이 참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호남의 우리 사회에 대한 다양한 공헌들을 기억하면서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광주집회에서 시민들이 한국당에 강력 항의한 부분에 대해선 "저에 대해 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일부 시민단체들도 있고, 응원하는 단체들도 있다"며 "(항의한) 그분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또 정당정치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같이 품어야 할 대상"이라고 포용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5‧18 망언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은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 직 박탈 여부에 대해선 "모든 것들이 원칙과 절차에 따라 진행이 돼왔다"며 "절차에 따라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당내에선 당헌‧당규상 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3개월 간 활동 중단 후, 다시 최고위원 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편, 한국당은 지난달 20일, 27일 광화문 장외집회에 이어 오는 4일 같은 장소에서 3차 장외집회를 개최한다.
황 대표는 전날과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전국 주요 광역자치단체를 방문한 데 이어 다음 주부터는 중소도시 중심 민생투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