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에서 비롯된 여·야 갈등, 지역에서는 현수막 정쟁으로 이어져

불법 정치 현수막. (사진=대구 북구청 제공)
패스트트랙 때문에 빚어진 정치 갈등이 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구 8개 구·군청에 따르면 최근 주요 거리에 정치 현수막이 급격히 늘면서 이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구·군청 담당자들은 선거법과 검경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갈등이 심화된 데 따른 여파로 봤다.

지난 2일 북구의 한 거리에는 자유한국당 정태옥 국회의원이 내건 "문정권, 독재연장 막아내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펄럭였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준비한 "지금까지 이런 야당은 없었다! 색깔론, 막말, 거짓말"이라는 비난 섞인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현수막 단속의 형평성 시비까지 일고 있다.

서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속을 담당하는 구청이 당에 따라 차별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자신들이 염색공단 인근에 내건 미세먼지 대책 마련 촉구 현수막에 대해 서구청이 불법이라며 자진 철거를 요구했던 것과는 달리 서구청 건너편에 걸린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의 문재인 정권 비난 현수막은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주로 민원이 들어오는 것부터 단속하고 정치 현수막의 경우 자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일주일 동안 계도 기간을 주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 편파적으로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게 단속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수성구청도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수성을 지역위원장이 내건 정부의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을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 80여개를 강제 철거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불법 정치 현수막. (사진=대구 북구청 제공)
정치 현수막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집행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구.군청 관계자들은 예민한 사항이어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데는 동의했지만,문제의 본질이 관련법을 행정기관과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서 비롯됐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옥외광고물법 8조는 "단체나 개인의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불법현수막에서 제외한다고 돼있지만 대부분의 정치 현수막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법적으로 정치 행사나 집회를 홍보하기 위한 현수막의 경우에만 허용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정당과 정치인들은 '정치활동' 즉 정쟁과 정치적 의견 표현 역시 예외라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며 소모적으로 갈등하는 지역 정치인들의 모습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각 구·군청이 매일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현수막을 단속하고 철거하는 이 상황에서도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이 담긴 정치 현수막은 계속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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