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가 발생하면 국민연금의 경영권 견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를 느끼면서다.
최근 자회사 분할로 3세 승계 작업에 신호탄을 쏜 CJ 역시 국민연금의 견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국민연금 지분 변동, '견제구' 역할
국민연금은 11.56%의 주식을 보유한 대한항공 2대 주주로써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았다는 평가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 경영권을 견제한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대주주 전횡 저지,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2864건 중 반대는 539건이었고, 반대 의견 가운데 실제 부결된 안건은 5건에 불과해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 보유한 기업 등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안을 주주총회 전에 공시하기로 결정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식보유량이 늘었다는 공시가 나오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 오너들에게 '국민적 시각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만들면 안된다'는 분명한 시그널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 가운데 최근 보유량을 0.5% 이상 늘린 곳은 △CJ CGV 10.07%→11.19% △신세계 13.49%→14.02% △농심 10.55%→11.46% △대상 12.45%→13.49% △호텔신라 11.96%→13.49%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경영권 견제에 성과를 보인 대한항공(11.56%→11.02%)과 한진칼(6.7%→5.36%) 등의 경우 주식 보유량을 줄이기도 했다.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인적분할해 IT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주식교환비율은 1대 0.5444487로 자사주를 배분한다. 이재현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CJ의 주식은 42.07%로 변동이 없다.
다만 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7.97%를 보유한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처음으로 지주사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 부장이 보유하게 될 CJ 주식은 2.8%다.
또 올리브네트웍스 주식 6.91%를 갖고 있는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는 CJ 주식 보유량이 0.1%에서 1.2%로 늘어난다.
따라서 올리브네트웍스 분할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상장사였던 올리브네트웍스와 달리 지주사인 CJ의 주식을 갖게 되면 3세 경영인으로서 존재감과 경영능력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CJ 주식 42.07%를 보유해 그룹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다. CJ는 현재 △제일제당(44.55%) △CGV(39.02%) △푸드빌(96.02%) △ENM(40.08%) △프레시웨이(47.11%) △올리브네트웍스(55.01%) 등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은 비상장사인 올리브네트웍스를 제외한 핵심계열사에 대한 주식 보유량을 최근 늘리는 추세다. 제일제당 12.36%→12.44%, CGV 10.07%→11.19% 등이다. 또 국민연금은 CJ에 대해서도 경영참여가 가능한 주식 5%을 넘긴 7.48%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 주식으로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견제했던 만큼, 제일제당과 CGV 주식으로 CJ그룹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CJ그룹 3세 경영도 국민연금의 '견제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 등 CJ그룹 3세들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