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반기'에 이견노출 꺼리는 청와대

"경찰에 독점적 권력 부여" 비판에 별다른 입장 표명 없어
청와대 VS 검찰 '힘겨루기' 논란 확산 경계
2011년 6월 검사장 '줄사표' 홍역 때와는 다른 양상

청와대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한 지 이틀째인 2일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공수처 설치와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공식적으로 이견(異見)을 표명했지만, 오히려 현재 상황이 과거 검난(檢亂) 등 청와대와 검찰간 갈등 프레임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검찰 수장 이견 표명은 당연…차분히 지켜볼 것"


지난달 28일 범죄인인도조약 및 형사사법공조 조약 체결을 위해 오만과 카자스흐탄 출장길에 오른 문무일 총장은 입장표명 하룻만인 2일 에콰도르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당초 일정을 닷새 앞당겨 오는 4일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국내 현안과 에콰도르 일정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해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른 검찰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임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문 총장이 검찰 최고 수장으로서 사표를 제출하는 등 검찰의 대대적 반격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총장의 입장표명과 조기 귀국에 대해 검찰 수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조치라며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떤 정책에 대한 부처 수장의 다른 목소리는 나올 수 있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국회에서의 법안 논의가 이제 시작인 만큼 검찰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 청와대도 상황을 차분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가 문 총장의 입장표명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문 총장의 조기 귀국을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별도의 입장을 내놓을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차분한 대응은 검찰 수장의 입장 표명에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나타낼 경우,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자칫 청와대와 검찰간 '힘겨루기'로 상황이 오도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무일 총장이 그간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큰 틀에 공감을 표했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중 경찰에 과도한 힘이 실리는 부분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라고 지적한 만큼, 전면적 반기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문 총장이 경찰 비대화를 겨냥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한 부분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향후 입법으로 보완할 계획이어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달 22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간 패스트트랙 합의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당시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4대 방안 중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원천봉쇄하는 국정원법 개정안과 자치경찰제 실시, 국가수사본부 신설(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에 오르지 못했다"며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두 과제 역시 잊지 않고 끈질기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전경.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청와대, 검찰의 대대적 반격 프레임에 '불편'

청와대가 문무일 총장의 입장표명에 차분히 대응하는 또다른 이유는 현재의 검찰 분위기가 지난 2011년 6월 검경수사권 조정을 놓고 벌어졌던 검사장급 '줄사표' 등 집단 반발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1년 6월 29일 형사소송법상 검찰의 '수사지휘권' 조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 의결되자, 당시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이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사의를 표했고, 이어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신종대 공안부장, 조영곤 형사·강력부장, 정병두 공판송무부장 등 당시 대검 검사장들이 '줄사표'를 내면서 반발하는 등 검찰은 큰 홍역을 치렀다.

같은 날 대검 선임연구관과 기획관, 과장 28명도 대검찰청 내 디지털포렌식센터(DFC)에서 긴급회의를 열었고, 이 중에는 현 문무일 검찰총장도 선임연구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결국 당시 김준규 검찰종장이 검사장급 사표 수리를 반려했고 국회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임기를 40여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는 문 총장의 이번 입장 표명이 검찰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수용하고 있지만, 검찰 조직 전체가 2011년 같은 대대적 '반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오히려 권력기관 개혁 등에 대한 반대 여론이 검찰 반발로 포장돼 청와대-검찰 갈등 프레임으로 치환되면서 권력기관 개혁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된 계산 아니냐는 불편한 심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도 패스스트랙에 태운 검경수사권 관련 법안이 경찰 비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지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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