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0년 영업을 시작한 당시 '그랜드호텔'은 제주관광을 이끌어온 대표 호텔 가운데 하나다.
당시 구제주시권을 벗어나 새로운 거주지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개발된 '신제주'의 대표적인 5성급 호텔로서 그랜드호텔은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이 컸다.
특히 제주관광의 주수입원이었던 일본 관광객들이 주로 머물고, 오라컨트리클럽과 연계되면서 그랜드호텔의 명성은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호텔신라나 롯데호텔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그런데 이 호텔이 갑자기 메종글래드 제주로 간판을 바꾼 건 2015년 8월.
메종글래드 제주는 수백억원을 들여 침구를 교체하는 등 내부를 새로 고치고, 웨딩홀과 컨벤션 시설을 보강하는 등 새 이름에 걸맞는 호텔로 안착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모기업인 대림그룹이 글래드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게 한 뒤 회장과 아들의 뒷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잔머리로 드러났다.
대림산업이 그룹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 상표권을 이해욱 회장과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넘겨주고는 자회사인 오라관광이 사용하게 하는 식으로 이 회장 일가가 수익을 챙긴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오라관광이 글래드 상표를 쓰고 지급한 수수료는 31억원이다. 2026년까지 10년간 지급하기로 한 브랜드 수수료는 253억원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림산업에 과징금 13억원을 부과하고, 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처럼 35년간 써 온 호텔 간판을 하루 아침에 바꾼 게 대기업 총수 일가의 뒷주머니 챙기기용으로 드러나면서 제주도민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그랜드호텔을 끼고 있는 인근 사거리가 지금도 제주지역 택시기사들에게 그랜드호텔 사거리로 불릴 정도로 도민들에게 친숙해 그 씁쓸함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