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안재천 판사)은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당초 이들의 공판은 지난달 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조 회장이 전날인 8일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한 차례 연기됐다.
이씨와 조 전 부사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각각 필리핀 여성 6명과 5명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여 허위 비자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먼저 재판정에 선 이씨 측은 "40년 이상 전업주부로 살면서 주말에도 일할 수 있는 도우미가 필요했다"며 "한국인은 주말에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남편 회사 비서실을 통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전부다"라고 밝혔다.
필리핀인들을 허위 비자로 초청하고 체류기간도 연장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씨가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의 변호인은 "재벌가 사모님이라 모든 것을 총괄하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냥 부탁만 하면 밑에서 알아서 다 초청을 해주고 그렇게 진행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인을 가사도우미로 고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 역시 2016년 8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가사도우미는 재외동포나 한국인과 결혼한 이민자 등 내국인에 준하는 외국인만 할 수 있다.
이씨는 자신의 재판이 끝난 후 방청석 뒷자리에 앉아 조 전 부사장의 재판을 지켜봤다. 조 전 부사장은 이씨와 달리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조 전 부사장은 최후변론에서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출산해 회사 업무를 병행하다보니 편의를 도모하고자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게 됐다"며 "법적인 부분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저로 인해 피해를 본 회사 직원들게 송구하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도 '워킹맘'의 처지를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부친이 지난달 운명하신 개인적 슬픔이 있는 와중에 남편과 이혼소송까지 진행해 육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머니의 신세를 져야하는 상황인데 어머니도 재판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과 이러한 행위들을 도운 대한항공에 대해 각각 벌금 1500만원, 3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이씨 재판은 증인신문을 위해 다음달 13일 속행키로 했다.
재판이 끝난 후 이씨는 조 전 부사장의 어깨를 감싸며 "엄마가 잘못해서 미안해, 수고했어"라고 말한 후 법정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