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출신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정명훈 공백 메운다

강은경 대표 기자간담회…"음악적 역량·소통의 리더십 뛰어나"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정명훈 이후 3년 넘게 공석이던 음악감독에 핀란드 출신 오스모 벤스케(66)를 선임했다고 2일 밝혔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스모 벤스케가 2020년 1월부터 3년간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그의 첫 임기를 맞이한다"고 말했다.

벤스케는 1993~1996년 아이슬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를 역임한 핀란드 대표 명장이다.

2003년부터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이며,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과 4번으로 2013년 그래미 최우수 오케스트라 앨범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향과 인연도 깊다. 2015년 처음 호흡을 맞춘 뒤 2017년과 작년, 올해 2월 등 꾸준히 협연했다.

벤스케의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는 2020년 2월 열린다. 첫해에는 한국에 6∼8주간 체류하며 추후 체류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강 대표는 "벤스케는 음악적 역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분"이라며 "특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등 인연을 맺었던 지역 오케스트라를 세계적 수준으로 견인하는 신화를 이뤘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서울시향과 공연에서 단원들을 애정으로 대하는 태도, 포용적 리더십을 보며 '이런 분이라면 오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원들이 벤스케에게 갖는 각별한 팔로어십과 케미스트리도 봤다"고 덧붙였다.

벤스케의 체류기간에 대해서는 "예정된 공연 때문에 첫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한국에 체류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1년 차에는 6∼8주를 약속했지만, 2∼3년 차에는 9∼10주 등으로 늘려나가겠다. 본인도 의욕을 보이고, 저희도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벤스케는 이날 자리를 함께하진 못했지만 영상 메시지에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며 우리말로 인사했다.

그는 "서울시향은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교향악단"이라며 "객원 지휘자로서 호흡을 맞출 때마다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딜 순간을 고대한다. 뛰어난 음악가들로 구성된 여러분과 함께할 앞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향은 2006년 1월 정명훈이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단원 선발부터 연주력 향상, 레퍼토리 확장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5년 말 정명훈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 갈등 끝에 사퇴했다.

서울시향은 2016년 3월 지휘자추천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내외 지휘자 318명을 검토해 후보자 13인을 선정, 해당 지휘자들을 2017년 말까지 객원 지휘자로 초빙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취임 이후 음악감독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선 "최종 후보군은 6명"이라며 중간보고를 했다.

강 대표는 정명훈을 서울시향 명예 음악감독으로 초빙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기회가 된다면 그런 부분에 열려 있지만, 직제 변경은 서울시 등과 협의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서울시향 운영계획도 밝혔다.

우선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 마르쿠스 슈텐츠와 계약을 1년씩 연장한다.

영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대상별 특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뉴욕 필하모닉 교육 프로그램을 총괄했던 시어도어 위프러드 뉴욕필 전 부사장과 협업해 '우리아이 첫 콘서트'를 연다. 또 서울시향 주요 공연을 클래식 전문강사 해설과 음반, DVD로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 사업을 론칭한다.

강 대표는 취임 1주년 성과에 대해 "아직 이뤄야 할 게 많다"며 "서울시향에 어떤 음악감독, 어떤 대표가 오더라도 단원과 직원들이 안정적 시스템에서 연주하고 일할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게 남은 임기에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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