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기원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국보 326호 지정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및 고려‧조선 금속활자 서책 보물 지정

국보 제326호로 지정된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사진=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청자 제작의 시원(始原)이라 일컬어지는 보물 제237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를 국보 제326호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또 통일신라·고려 초기에 제작된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와 고려‧조선 시대 금속활자로 찍은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을 보물로 지정했다.

국보 제326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靑磁 ‘淳化四年’銘 壺)는 고려 태조 등 선대 임금들의 제사를 위해 건립한 태묘(太廟)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된 고려 왕실의 제기(祭器)다.

굽 안쪽 바닥면에 돌아가며 ‘순화 4년 계사년 태묘 제1실 향기(제기)로서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淳化四年 癸巳 太廟第一室 享器 匠崔吉會 造)’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순화 4년은 993년(고려 성종 12년)이다.

이 항아리는 현재 전해지는 초기 청자 가운데 드물게 크기가 크며 무늬가 없고 어깨가 약간 넓은 긴 유선형으로 입구가 넓고 곧게 서 있다. 표면에 미세한 거품이 있으나 비교적 치밀한 유백색의 점토를 사용해 바탕흙의 품질이 좋다. 표면에는 은은한 광택과 함께 유악이 굳으며 생긴 미세한 금이 있다.

이런 특징은 황해남도 배천군 원산리 2호 가마터에서 발굴한 ‘순화3년명 고배’ 등의 여러 파편에서도 볼 수 있어 원산리 가마터가 제작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초기 청자를 대표하는 유일한 편년자료로서 우리나라 청자 발달사를 밝히는 데 필수적인 유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보물 제2022호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은 2008년 인각사(麟角寺)의 1호 건물지 동쪽 유구(遺構)에서 발견된 유물로서 금속공예품과 도자류로 구성된 총 18점의 일괄 출토품이다. 제작 시기는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로 추정된다.

보물 제2022호로 지정된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
인각사는 경북 군위군에 있는 사찰로 신라 선덕여왕 11년(642)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일연스님이 머물며 ‘삼국유사’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점의 일괄 출토품 중 ‘금속공예품’은 총 11점으로 금동사자형 병향로, 향합(香盒), 정병(淨甁), 청동북 등 사찰에서 사용하는 청동제 의례용품들로 구성됐다. 조형성이 뛰어나고 섬세한 기법이 돋보이는데, 특히 불교에서 천상의 새를 상징하는 금동가릉빈가상(金銅迦陵頻伽像)은 그동안 출토 사례가 거의 없어 도상적(圖像的)으로 희귀하다.

지금까지 신라 말에서 고려 초 금속공예품들은 대부분 사찰이나 박물관 등지에서 전해 내려오던 유물인 반면, 인각사 출토 공양구는 보기 드물게 땅속에서 온전히 출토됐다.

보물 제2023호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新刊類編歷擧三場文選對策) 권5~6’은 원나라 유인초가 원에서 시행한 향시(鄕試)와 회시(會試), 전시(殿試)의 ‘삼장(三場)’에서 합격한 답안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1341년 새롭게 편집한 책 중 일부다. 총 72권 중 고려본(2권 2책)과 조선본(2권 2책) 권5~6에 해당하며 모두 금속활자로 인쇄했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 금속활자의 전승 현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교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사례이자, 원나라에서 시행된 과시(科試) 답안자료의 국내 유입을 보여주는 유일하게 알려진 자료라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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