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분란은 손학규 지도부를 둘러싼 내홍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지만, 김관영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는 6월, 신임 원내대표 경선을 향한 '전초전'으로 해석된다. 계파 간 '세불리기'를 통해 당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孫 '지명직 최고위원' 지명 vs 바른정당계 '김수민' 맞대응
선공은 손 대표 측에서 개시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주승용(4선‧전남 여수을)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 등 2명을 임명했다.
주 의원은 애초 지명직 최고위원을 맡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고, 호남계 중진이자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격'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손 대표는 열흘 전쯤부터 거듭 요청을 했고, 지명 전날까지도 주 의원을 찾는 등 정성을 기울인 끝에 승낙을 받아냈다.
손 대표 입장에선 당내 반발세력이 적고 호남계를 결집할 수 있는 '주승용 카드'는 최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주 의원의 경우 바른정당계 쪽에서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인사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병호 전 의원의 경우 17, 19대에 민주당 계열로 당선됐던 재선 의원 출신이다. 이후 국민의당에서는 주 부의장이 원내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냈다. 최근에는 손 대표 퇴진론이 불거지자, 원외위원장과 '제3의길 국민연대'를 조직해 이에 반발하기도 했다.
원내(주승용)와 원외(문병호) 최고위원 지명을 통해 외부적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내부적으로는 호남계 결집과 친정체제 강화를 꾀한 셈이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손학규 반대파인 바른정당계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같은 시각,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따로 회동을 가졌다. 최고위원 지명에 대한 문제점,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바른정당계 측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의 위법성을 파고 들었다. 지도부가 정족수를 채우지도 못한 상황에서 안건 상정 없이 지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지도부 7명 중 2명(손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만 참여한 채 진행됐다.
근거는 당헌당규 제23조4항 '당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최고위원 2명을 지명한다', 제5조 '의안은 긴급한 것을 제외하고는 사무총장이 일괄 정리하여 당대표가 상정한다'이다. 하태경 의원은 '최고위원 지명 무효소송' 추진까지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핵심 반격 카드로 '김수민 의원'을 꺼내들었다. 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명직 최고위원 지명이 '원천무효'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하태경·권은희·이준석)뿐만 아니라 국민의당계 청년최고위원인 김수민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지난주 지도부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에 반발해 원내대변인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간 손 대표를 옹호했지만,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태경 의원은 "김 의원이 처음으로 우리와 같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김수민 의원 이탈 등 지도부의 붕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바른정당계는 가장 강력한 행동인 '지도부 불신임'도 준비하고 있다. 유의동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불신임과 관련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것이 1차적이고, 당원들 의사 결집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달 원내대표 경선 '당권경쟁' 세다툼…안철수계 변수
지명직 최고위원 격투는 '손학규 지도부'를 둘러싼 갈등의 연장으로 볼 수 있지만, 다음달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향한 '전초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손 대표 지도부를 지키던 김 원내대표의 임기는 다음달 25일 끝난다. 방어진을 구축하려는 손 대표 측과, 끌어내리기 위한 바른정당계 간의 당권싸움이 더욱 본격화됐다는 얘기다.
손 대표 측에선 현재 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박선숙 의원과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비례대표 3인(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을 '세불리기'를 위해 끌어 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원권 정지가 걸려 있는 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의 징계를 풀어주면서 화해의 손짓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손 대표가 이들을 끌어안고도 세(勢)가 달릴 경우 민주평화당에 '의원 꿔오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손 대표는 당대표가 되기 전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박선숙 의원을 포함해서 그분들(비례대표 3인)이 다시 (바른미래당에) 와서 활동하자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패스트트랙 혈투를 마친 뒤 '당무 정상화'와 '화합'을 거듭 강조하는 손 대표가 내밀 수 있는 전략이다.
손 대표와 호남계, 바른정당계의 당권경쟁 속에 안철수계는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일단 안철수계는 손 대표 사퇴에 있어선 바른정당계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안 전 의원 측과 유 전 대표 측 사이에선 손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당을 호남당으로 만들어 민주당과 손 잡으려고 한다"는 공통의 반감이 흐른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무리수를 둔 것을 놓고도 "민주당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말 못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안철수계인 바른미래당 김철근 구로갑 지역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이미 당내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라며 "더 이상 바른미래당을 사유화하지 말고 공당으로 돌려달라"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출신, 바른정당 출신 전현직 지역위원장 등은 2일 오후 '지도부 총사퇴 촉구를 위한 연석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손 대표 사퇴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계파 간 '세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