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입을 모아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한국당, 단체삭발에 지방순회 예고…靑 "지금 나서면 더 꼬일 것"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일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폭력과 폭압으로 자행된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며 "국민의 분노를 담아낼 집회 및 범국민 서명운동 등과 함께 전국의 민생 현장을 찾아 국민과 함께 싸우는 국민 중심의 새로운 투쟁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싸울 것"이라며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등에 대해 설명하는 '삼위일체 콘서트'를 열고, 민생 투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당은 2일에는 국회 본청 앞에서 소속 의원 10여명의 단체 삭발식을 갖고, 오는 4일 광화문 광장에서 세 번째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를 예정대로 열 계획이다.
반대로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열린 자세로 한국당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당에 "대화하자, 토론하자"고 요청했다.
이들은 "당장 오늘 오후라도 5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다"며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에 대해 논의하고 추경안 및 민생 관련 법안 심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 없이 국회의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이 매일 반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 자극하기 보다는 여론의 추이와 국회 협의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청와대로서는 전면적 투쟁을 선포한 한국당의 입장이 달가울 수가 없다.
오는 10일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집권 중반기를 맞아 이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시기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계기마다 직접 나서 국회를 향해 경제·민생 관련 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이 담긴 '최저임금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적용범위를 특수고용직·예술인까지 확대 적용해 사각지대 줄이기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육아기 배우자(남편) 출산 휴가를 10일로 늘리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통과를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엄중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높은데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빨리 정상화돼 미세먼지와 산불 등의 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의 삶을 지키는 한편, 대외경제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추경안이 통과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당 입장에서도 산적한 민생 현안과 대통령·여야4당의 지속적인 요청을 외면만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 전에 협상은 해봐야 한다는 기류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며, 국회에 민생 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현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중앙아시아 순방 전 언급했던 여야정협의체 카드를 내밀며 한국당에게 일종의 출구전략을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여야정협의체를 포함한 모든 방안에 대해 열어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