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당일 계부에게 성폭행 신고 알린 '허술한' 경찰

경찰, 가해자와 함께 거주하는 친모에게 신고 당일 연락해
계부 김씨 등 사건 접수 후 기분 전환 위해 2주 동안 여행 떠나

전남지방경찰청 청사 전경(사진=전남지방경찰청 제공)
딸을 살해한 30대 계부가 친모에게 걸려온 경찰 전화를 통해 자신을 성폭력 가해자로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을 성폭력 가해자로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중학생 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대응이 무성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광주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계부 김모(31)씨는 A(14·여)양이 자신을 성폭력 가해자로 신고한 사실을 지난 4월 9일 알게 됐다.

이날은 A양이 친부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성폭력 피해 사실을 접수한 날로 경찰은 김씨의 아내 유모(39·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음란물을 보낸 휴대전화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의 범행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양의 성폭력 신고가 친모 유씨를 통해 친부에게 알려진 것으로 파악돼 이 같은 행동을 취했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친모 유씨가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김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상황과 의붓아버지와 관련된 성범죄의 경우 친모가 범행을 은폐하려 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폭력 신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계부 김씨와 친모 유씨 등이 보여준 행태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김씨는 경찰에서 "성폭력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알고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전국 여행을 떠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은 2주 간의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A양이 사는 전남 목포를 택했다.

의붓아버지 김씨와 친모 유씨는 지난 4월 27일 오후 5시 30분쯤 딸 A양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각각 같은 달 28일과 29일 긴급 체포됐다.

의붓딸을 살해하고 유기한 이번 사건은 4월 27일 오후 3시쯤 시신이 유기된 저수지 인근을 지나던 행인에 의해 시신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살해당한 A양이 평소 폭행과 가혹 행위 등의 학대를 당했다는 유족 등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A양과 관련해 최소 두 차례 이상 아동학대와 관련한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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