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업에 참여중인 A업체는 "시가 이미 정해진 공급가격을 자꾸 바꾸는 데는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의도가 개입됐다"며 서울시에 감사를 의뢰했다.
2일 서울시와 미니 태양광사업 참여업체들에 따르면, 서울시 태양광사업팀은 지난 3월28일 서울시 햇빛지도사이트(온라인 누리집)에 '2019년 서울시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업체 선정공고'를 냈다.
보급업체 선정공고에는 아파트에 태양광 미니발전소(이하 집열판)를 설치해주는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명단과 설치가격, 서울시보조금 규모, 시민 자부담금 액수 등의 정보가 포함돼 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태양광 집광판을 설치하려는 시민들은 이 사이트에서 입맛에 맞는 업체와 가격대를 선택하면 가정에 미니 태양광발전소 설치시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 지 '보급업체 선정공고'는 3월28일 올라간 지 몇시간 만에 사이트에서 사라졌다. 4월1일로 예정됐던 업체 간담회도 취소됐다. 업체들과는 사전 상의조차 없었다.
CBS확인 결과 '보급업체 선정공고'를 내린 건 서울시였다.
이유는 3개 업체가 집광판 설치를 위한 시민자부담금을 '0원'으로 책정했고 5개 업체는 자부담금이 3~4만원에 불과해 이를 고치려는 목적으로 공고를 내려 버린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자부담 없이 무료로 한다는 사실이 퍼져 나가면 태양광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급하게 공고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는 "(업체들의)설치 가격을 보니까 자부담금이 0원인 업체가 있고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서울시가 공고를 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둘러 공고를 내린 서울시는 가격이 낮은 8개 업체들을 설득해 시민들이 내야할 자부담금을 6만원까지 올려줄 것을 요청했고 동의 과정을 거쳐 지난 4월5일 '2019년 서울시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업체 선정 변경공고'를 냈다.
업체들은 시의 행정행위인 '공고'가 사전 양해도 없이 내려진 데 대한 불만이 있었지만, 시민자부담금이 0원이면 예산낭비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시의 설명을 받아들여 자부담금을 6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데 동의해줬다.
하지만 서울시의 연이은 조치는 업체 입장에서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공공에 공개된 가격을 바꿔 한 차례 행정조치의 신뢰성에 오점을 남긴 서울시가 또다시 공급가격을 바꾸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51개 집열판 설치업체들은 변경공고를 기반으로 4월초부터 신청 가정에 모듈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모듈 설치가격과 제품변경을 하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서울시 태양광사업팀은 지난 9일자로 51개 업체에 보낸 공문(미니태양광 보급업체 제품정보 변경계획 검토)에서 "제품정보 변경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니 설치가격과 제품변경 사항이 있는 업체에서는 4월22일까지 공사로 제출해달라"며 "미제출 업체는 종전 설치가격으로 확정된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업체들에는 혼선이 빚어졌다. 이미 사업을 시작한 마당에 가격이 또 바뀐다고 하니 일부 업체에서는 변경된 가격을 홍보하기 시작했고 이미 경쟁력 있는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들은 "노골적인 특정업체 봐주기 아니냐"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A업체 관계자는 "공신력이 생명인 행정행위에서 여러차례 가격을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달 29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했다. 이 업체 대표는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업체의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해 공고를 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공정해야 할 시청이 왜 나서서 편을 들어주는 듯한 태도로 오해 살 행동을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N업체가 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 입장에서는 가격조정을 요청하는 곳이 많으면 무시할 수는 없고 지난해에도 사례가 있어 가격조정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그래야 많은 업체가 활동하게 돼 미니발전소가 원활히 공급된다"고 해명했다.
공신력과 신뢰가 생명인 지자체의 행정이 지나치게 오락가락하면서 제도의 좋은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