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에서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사업장 방문의 시기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있지만, 거꾸로 그만큼 신산업 분야 투자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동시에 가능한 대목이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을 중점 육성 산업으로 꼽았던 정부가 다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 낼 일종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읽히기도 하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133조 원 규모의 '반도체 비전 2030'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도 적극 돕겠다"고 했고, 이 부회장은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로 대변되는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선언한 상황에서 정부가 든든한 우군으로 나선 모양새다.
이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미래 성장 동력이자 국가 경쟁력 강화와 맞물려 있고, 정부와 기업 모두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한 것에서 출발한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총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둔화로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 성적표는 초라했다.
5G·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이미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2022년 300조 원 규모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이날 발언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은 가격 하락 국면에서 매출이 휘청거리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983년과 1992년, 2002년 등 연도를 언급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반도체 신화를 소개한 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한 도전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명실상부한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에 대해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호응했다.
이 부회장은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며 "당부하신대로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의 삼성 방문은 지난해 7월 인도 노이다 휴대폰 제2공장 착공식 참석에 이어 두 번째지만, 국내 사업장 방문은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의 삼성 방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4회, 이명박 전 대통령 2회, 박근혜 전 대통령 4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