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마무리…바른미래 싸움은 이제 시작

손학규, 당내 보수파에 ‘경고’ 오신환 해임할 듯
권은희‧김수민, 孫 쪽에 가세할 경우 최고위 복원
5~6월 원내경선 앞두고 유승민‧안철수 VS 손학규‧김관영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운데)와 김관영 원내대표(오른쪽)가 30일 오전 국회에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패스트트랙과 함께 바른미래당의 '분당(分黨)행 열차'도 출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패스트트랙을 추인했던 지난 23일 의원총회 이후 반대파는 당론 추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과 때문에 정개‧사개특위의 위원 사‧보임은 부당하다는 등의 논리를 펴며 공세에 집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패스트트랙이 가동됨에 따라 공수의 역할이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정개특위 위원인 김동철 의원 등은 30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성과를 자축했다. 이들은 현재 당권파이기 때문에 일단 당권 수성에 있어선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손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간 패스트트랙을 반대해 온 바른정당계열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최근 당내에서 바른미래당을 진보와 보수, 어느 한 쪽 이념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이 있어 우려된다"며 "일말의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고 이념으로 몰고 가려는 책동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승민 전 대표를 겨냥한 경고의 의미로 읽힌다. 유 전 대표는 지난 의원 연찬회에서 '개혁보수' 노선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선 선거법을 포함시키는 것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왔다.

그는 특히 패스트트랙 협상안에 대한 당론 추인이 시도되는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다수결 표결을 강행하는 것의 의미를 "당론이 아니고, 사‧보임도 불가하다"는 쪽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막상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강행하자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사‧보임 규정에 의해 사개특위 위원에서 해임된 오신환 의원은 손 대표까지 포함해 지도부 전체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손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한국 정치의 새 길을 열고 새 판을 짜는 첫 걸음이기 때문에 저와 바른미래당에 주어진 큰 책임에 커다란 무게를 느낀다"고 했다.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의미한다. 당 관계자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김동철 의원 등이 공동으로 회견한 장면을 놓고 "이들이 이제 당권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패스트트랙으로 당내 발판을 만들었다고 보는 손 대표가 조만간 역공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오신환 의원의 사무총장 직을 박탈하는 것이다. 또 사개특위에 대안(代案) 법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한 권은희 의원과 김수민 의원 등이 손 대표에게 설득돼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할 경우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선임하는 것을 시작으로 손 대표가 다시 친정 체제를 복구하려 들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로는 이행자 당 대표 특보와 문병호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손 대표는 회견에서 두 사안에 대해 "지금은 말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 인사를 다니는 등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된다. 심야 패스트트랙 지정 전날인 29일엔 김수민‧김삼화 등 패스트트랙에 찬성하지만 사‧보임엔 반대하는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기도 했다.

일격을 당한 반대파의 발언도 거세지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29일 민주당 의총장에 들어갔던 채이배‧임재훈 의원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니라, 아예 본부중대를 자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는 2일엔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 측과 가까운 원외당협위원장들과 정무직 당직자들이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의 반쪽이 패스트트랙을 거치며 더불어민주당 쪽에 가까워지자, 관련 의원 지역구에 대한 '호남 무(無)공천 밀약' 등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에 찬동하는 대가로 민주당으로부터 무공천 약속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남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김동철 의원은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밀약설(說)을 보도한 언론에 공개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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