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국고 보조율 높여 공공성 회복"

30일 오전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예술의전당 제16대 유인택 사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유인택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인택(64)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이 "국고 보조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재원 마련을 통해 예술의전당의 공공성과 상징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 사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취임기자 간담회에서 예술의전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세가지 청사진을 그렸다.

◇ 재무구조 개선으로 예술의전당 공공성 및 상징성 회복

우선적으로 유 사장은 가장 큰 이슈로 재무구조 개선에 우선순위를 뒀다.

유 사장은 이날 "예술의전당은 국내외 예술기관에 비해 국고 보조가 적어 재정자립도가 74% 수준으로 지나치게 높다"면서 "예술의전당이 국가 대표를 하는 기관으로 성장해 나아가기 위해선 이러한 재무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는 전체 예산에서 국고 보조율을 뺀 나머지 수치다. 국내외 예술기관의 재정자립도는 세종문화회관 41.9%, 영국 바비컨센터 55.3%,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63.3%, 프랑스 파리 국립오페라극장 53.1% 등이다.

예술의전당 측은 "국고보조가 매우 적어 예술사업 위축과 대관 및 임대료 사업 확대가 불가피했다"면서 높은 재정자립도는 대관료, 임대료 티켓 가격 등의 인상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국고 보조율 상승 외에도 민간 재원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의 목표를 세웠다.

유 사장은 대기업뿐만이 아닌 벤처기업들의 후원 등을 통해 민간기업 투자의 문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유 사장은 "과거에 관행으로 이어져 왔던 대기업들의 후원에만 의존하던 상황이 아쉬웠다"면서 "세월이 흐르며 부자들도 많아지고, 기부 문화, 크라우드 펀딩 등이 활성화 됐기에 그런 것들을 통한 재원 확보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술의전당 타이틀이 워낙 좋은 위치에 있다. 영화나 뮤지컬이 투자를 받듯이 그러한 투자 유지를 통해서 기획 제작 사업을 하는데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그것이 바로 저의 전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 사장은 또 임기인 2022년까지 연회비 10만원을 내는 골드회원을 10만명 이상 모집하려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세웠다.


이러한 목표는 자신의 인맥과 네트워크 등을 적극 활용하며, 그간 문화계에서 활동했던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가 뒷받침됐다.

◇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예술계 불공정 관행 개선 할 것"

유 사장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40여년에 이르렀다며 철저히 자신을 '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 관행들을 개선하리라 다짐했다.

유 사장은 "2019 대한민국의 사회이슈는 바로 '공정'이라면서 "예술의전당이 국가대표 공정예술극장으로써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예술의전당이 늘 1등 자리를 차지했는데 이렇게 좋은 위치에 있다보면 흔히 말하는 갑과 을 중 을의 심정을 간과하기가 쉽다"면서 "전국의 모든 공공극장 중 예술의전당이 왜 선도적이어야 하는지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예술인 권리 보장에 앞장서기 위해 예술의전당이 관여하는 행사들에 대해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불공정 단체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유 사장은 또 "많은 젊은이들이 예술을 꿈으로 안고 살아가는데 그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라며 "예술의 전당이 그런 신진 예술가들한테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예술의전당의 공공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K-POP 세계 진출에 발 맞춰 K-클래식 거점 목표

유 사장은 현재 "K-POP 등 대한민국의 한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기초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연극을 비롯해 오페라, 발레 무용 등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한국이 K-POP, 영화, 드라마 외에도 수준 높은 예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이러한 한류 기초 예술 장르를 확산하는 데 예술의전당이 거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취재진 사이에서는 '예술 콘텐츠의 기획·창작·지원이 아닌 대관 등 상업적인 '셀링' 부분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려는 것 아니냐' '재무구조 개선에만 열을 올리고 순수예술 활동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 등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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