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명 눈앞 '어벤저스' 열풍에 달라진 극장 풍경

극장들, 알바생 늘리고 'NO 쿠키 영상' 안내문 붙이고

강북의 한 롯데시네마 상영관 입구. '어벤져스: 엔드게임' 종료 후 쿠키 영상이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극장이 영화 엔딩 크레디트 뒤에 붙는 쿠키 영상 유무를 상영관 앞에 고지해 놓는 일은 이례적이다. 관객이 밀려드는 만큼 상영관 내부를 한시라도 빨리 정리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쿠키 영상이 있는지 물어보는 관객이 너무 많아 일일이 대응할 수 없어 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극장은 극장 무료 주차 시간이 3시간이다 보니 시간이 없는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 쿠키 영상 안내문을 써 붙이기도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 열풍이 극장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어벤져스 4' 러닝타임이 3시간 57초에 달하다 보니 극장들은 상영 회차를 늘리기 위해 스크린을 사실상 24시간 운영 중이다. 평소에는 생소한 시간대인 26시(오전 2시), 28시(오전 4시)대에 시작하는 영화도 있다. 심야에도 관객을 불러모으려면 직원 배치는 필수다. 멀티플렉스 지점들은 밤샘 운영을 위해 '알바생' 충원에 나섰다.

CGV 채용공고 게시판에는 단기간 일할 '미소지기'(아르바이트생)를 채용한다는 지점별 공고가 잇따랐다. 시급은 시간당 8천350원이지만, 초과 근로나 오후 10시 이후 야간 근로 때 50%를 가산해준다는 근무조건을 내걸었다.

극장 관계자는 "스크린을 24시간 가까이 운영하다 보니 미소지기 인원을 충원하는 동시에 근무 시간대를 세부적으로 나눠 운용의 묘를 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 극장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낀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 무심코 내뱉는 말에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인터넷과 SNS에선 기사 댓글 안보기, 극장 화장실 안 가기 등 '스포 방지 요령'이 퍼진다.

'어벤져스4'에 관객이 쏠리다 보니 나머지 영화는 '찬밥' 신세다. 일부 극장은 관객이 적다는 이유로 특정 영화 상영을 취소하고, 그 시간대 '어벤져스4'를 편성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박우성 영화평론가는 지난 26일 트위터에 "'미성년'을 예매한 관객이 극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상영 취소, 양해를 구하는 전화였다"며 "총 3058개 중 2800개에 육박하는 스크린을 확보한 특정 영화 자리를 더 늘리기 위해, 이렇게 어떤 영화들은 튕겨 나간다. CGV가 가난한 회사도 아니고,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무섭다"고 올렸다.

CGV는 26일 하루 총 6499회차를 상영했고, 이 가운데 1.4%에 해당하는 94회만 '미성년'을 틀었다.

CGV 관계자는 "관객이 1~2명만 있을 경우 사전 양해를 구한 뒤 그 영화 상영을 취소하고 다른 영화를 편성하기도 한다"며 "해당 고객에게는 환불과 함께 인근 상영관이나 다음 날 상영 시간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어벤져스4'는 개봉 엿새째 700만명 돌파를 앞뒀다.

3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전날 48만2633명을 추가하며 누적 관객 679만2149명을 기록했다. 월요일인 만큼 주말보다 관객 수가 66% 급감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위다. 매출액 점유율은 92.9%, 상영점유율은 80.9%를 기록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노동절)을 시작으로 어린이날(5일)과 대체공휴일(6일)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에 '어벤져스4'는 다시 한번 폭발적인 관객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천121만명) 흥행 기록을 넘어 국내 개봉 외화 가운데 역대 흥행 1위인 '아바타'(2009년·1천334만명) 기록을 넘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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