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 "韓경제 마이너스 성장 =키 줄어든 격" 저소득층 '타격' 극심

1분기 경제성장률 -0.3%, 글로벌 금융위기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
최근 경제성장률 '마이너스'인 경우는 1998년, 2008년…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부진
설비투자 하락률은 위환외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24.8% 이후 21년 만
저소득층에 '직격탄', 가사도우미 등 일자리 줄어…비정규직 일자리에 퍼져
금리 인하·추경 확대 등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필요성 대두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이동직 기자 (임미현 앵커 대행)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이동직> <홍기자의 쏘왓>입니다. 내 경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뉴스 알아보는 시간이죠? 경제부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주제는 뭔가요?

◆ 홍영선> 우리나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이야기 가지고 왔습니다. 지난 주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어서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만에 최악의 기록이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고요. 그러다보니 우리 경제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로 안 좋은 건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마이너스 성장률의 의미와 실제로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아봤습니다.

◇ 이동직> 지난 주에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거죠? 많은 언론들이 이 지표 얘기를 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꺼내니까 '아 정말 좀 안좋구나' 느껴지거든요?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사진=연합뉴스)
◆ 홍영선> 네 실질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0.3% 줄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때 이후 가장 낮은 겁니다. 당시는 -3.3%였고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2017년 3분기 이후 약 1년 반 만입니다.

◇ 이동직> 그러니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지표를 나타내는 일이 흔치 않다는 말인거죠?

◆ 홍영선> 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을 때는 방금 말했듯이, 2017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또 IMF 경제위기 때인 98년도 정도입니다.

'경제성장률'이라고 하잖아요?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보는 지표인데요. 사람이 자라나는 것처럼 기본 전제가 '성장'인데, 마이너스로 갔다는 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키가 줄어든 거나 다름 없는 거죠.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인구가 늘고 있고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경제에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건 , 경제 활동이 성장이 아니라 줄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예외적 시그널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렇게 경제가 역성장하게 되면 기업들은 매출이나 이익이 줄입니다. 그럼 투자나 고용을 유지하기 힘들게 되죠. 마이너스 성장은 경제성장률 수치 뿐 아니라 일자리, 가계소득 이런 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목하는 수치인거죠.

일본이나 선진국 등에서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는데요. 우리나라보다 몇십년 앞서 산업화를 이뤘고 돈을 많이 벌었거나 발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국가와 우리나라가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는 건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빠른 성장세 하락을 겪고 있다는 거죠."

(그래프=비주얼그래픽 팀)
◇ 이동직> 그럼 이렇게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된 이유는 뭔가요?

◆ 홍영선> 우선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4분기 1.0% 깜짝 성장을 기록한 탓이 있는데요.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보는 거죠. 비교 기준으로 삼는 시점이 지난 분기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역성장으로 해석된다는 거죠. 또 선진국 경제도 장기적으로 갈수록 성장률이 떨어지는 조정 국면을 맞이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착시효과도 섞여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낮다는 점입니다. 왜냐면 2018년 1분기 대비(전년동기대비) 성장률도 1.8%에 그치기 때문이죠. 지난 2009년 전년동기대비로 거의 10년만에 최저치죠.

기저효과를 빼고 원인을 살펴본다면요. 수출-투자-소비 부진이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진데다, 민간 소비도 주춤해지면서 경제 전부문이 총체적 부진을 겪고 있는 거죠.


◇ 이동직> 아무래도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반도체가 힘을 못 써서인가요?

◆ 홍영선> 네 한국의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에 빠졌고요. 그 결과 설비투자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실제로 1분기 수출은 2.6% 감소했고요. 반도체 제조장비 등 설비투자는 저 분기보다 10.8%하락했습니다. 이같은 설비투자 하락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24.8% 이후 21년 만입니다.

여기에다가 정부 지출이 줄어든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지난해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0.7%로 떨어졌는데요.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를 지탱해줬던 정부 지출 효과가 이번 1분기에서 사라지면서 우리 경제 민낯이 드러난 셈이죠.

(사진=연합뉴스)
◇ 이동직> 정부 지출, 그러니까 우리 세금으로 떠받쳤던 우리 경제 지표가 내려앉은 거네요?

◆ 홍영선> 정부가 올해 470조원대 '슈퍼 예산'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더 뼈아픈 대목인데요. 동시에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이동직> 그런데 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거 자체가 거시경제이다보니, 실제 일반인들에게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에요. 당장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때처럼 구조조정 때문에 실직을 했다는 등의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인 것도 같은데요.

◆ 홍영선> 사실 제 주위에서도 이게 그 정도의 결과냐, 너무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 이런 말들도 하는데요. 왜 그러냐면 이 경제성장률 마이너스의 충격파가 '저소득층'에 직격탄으로 가서인데요.

실제로 요즘 베이비시터나 가사도우미를 상당히 구하기 쉬워졌다고 합니다. 왜냐면 경기가 나빠지니까 입주 도우미를 썼던 사람들도 안쓰게 되고, 가사도우미를 썼던 사람들도 시간을 줄이기 때문이죠. 이런 개념이 거의 대부분의 비정규직 일자리에 퍼져 있다는 게 문제고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사실 안정적인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심각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소득층에게는 직격탄인 거죠. 이 분들을 왜 내보내게 되냐면 기업했던 사람들마저 다 어려워져서에요. 지방은 더 심합니다. 자동차 산업이 상당히 타격이 심한데요. 말하자면 매출은 늘지 않는데 비용은 견디지 못하는 거죠. 이런 것들이 지표에 다 나타나는 겁니다.

통계청이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소득자는 소득이 늘었는데 지출이 줄었다라고 했는데, 고소득자 조차 현재 소득이 늘었지만 미래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것이죠. 이러한 지표들을 보면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동직> 금융위기 때 이후 최악의 지표라는 얘기들이 나오면서 정말 그때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 이런 말도 나오는데요. 그 정도로까지 봐야 할까요?

◆ 홍영선> 중요 경제지표들이 모두 한국경제가 불안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 맞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GDP 역성장, 수출과 투자가 같이 엮이며 부진에 빠진 것, 고용, 소비까지 말이죠.

수치로만 봤을 때는 외환위기 직후 수치와는 비슷한데,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게 외환 보유고가 자체적으로 꽤 있다는 점입니다. 97년도에는 당장 달러가 없어서 석유나 식량 사오는 것도 문제였지 않습니까. 모든 국민들에게 직격탄이 된 거죠. 그런데 지금은 달러는 어느 정도 있으니까 그 정도는 아니지만요. 다른 지표들이 그때 수준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위기'라는 것이죠.

(사진=연합뉴스)
◇ 이동직> 그래서 벌써부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투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 홍영선> 네 거기다 현재 추경이 확대 편성됐는데, 확대편성이 되자마자 다시 추경 얘기 나오고 있고요. 한은은 금리 인하에 선을 긋고 있지만 계속해서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면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 하강 속도가 빠른만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모두 완화적으로 가져가면서 한국경제 엔진에 시동을 걸어줘야 한다는 거죠.

◇ 이동직> 정부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당초 제시한 성장률 목표 2.6~2.7%를 달성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고 했어요. 하반기에는 나아질 거라고 봤고요?

◆홍영선> 네 당연히 한 나라의 정책을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로서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발언을 할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현재 경제 역성장은 그렇게 '좋아질거다'라는 수사만으로는 해결이 될까 싶은 상황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없었는데도 역성장한 건 내부 요인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는 거죠. 세계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진 않은 상황이고요.

전문가들은 정부의 바람과 달리 경제가 갈수록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특히 IMF는 딱 한 달 반 전인 연례협의에서 한국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며 최소 9조원대 추경과 기준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강한 부양 조치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은 "실물 경제가 무너지는 중"이라며 경고했고요. 공포감 조성을 하지말라고 손사레만 칠 게 아니라, 위기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경제 정책을 조율해 나가는 유연함을 가졌으면 하고요.

◇ 이동직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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