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법농단 연루 법관 '안전 징계'로 끝낼까

2016년 5월 이후 징계사유만 처분 가능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대법원의 징계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초 검찰이 비위 법관 명단 76명을 통보한 후로 두 달 가까이 들여다본 셈이지만, 징계는 이미 기소된 간부급 법관들을 위주로 '면피'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6년 5월 이후 발생한 사법농단 관련 주요 혐의는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 비위 은폐·축소', '서울서부지법 비리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한 수시기밀 수집', '영장청구서 사본 유출' 등이다.

2016년 5월이 기준점이 된 이유는 법관징계법상 징계 시효가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다음 달 초 대법원이 징계를 청구해도 2016년 4월 이전 사건들은 이미 시효가 지나 징계가 어렵다.


이는 지난달 검찰이 추가기소한 판사 10명의 혐의와 대부분 일치한다. 정운호 게이트 당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성창호·신광렬·조의연 부장판사와 서울서부지법 집행관들의 비위에 관한 수사 정보를 수집·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등이다.

기소된 10명 중 이미 법복을 벗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제외한 8명은 자연스럽게 징계위 회부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민걸·방창현 부장판사는 올 1월 한차례 징계를 받긴 했지만 새 혐의가 나오면 중복 징계가 가능하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비교적 직접 개입 혐의가 드러나 이미 기소된 법관들을 위주로 대법원이 책임을 묻는 선에서 사법농단 사태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위법한 지시를 따랐던 일선 법관들에게 책임의 경중을 따져 묻기가 매우 어려운 분위기"라며 "예상보다 많이 징계위에 회부되더라도 대부분 '불문'처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문은 품위·손상의 징계사유는 있지만 징계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때 내리는 결론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사법농단 연루 판사 13명에 대해 징계를 검토한 후 이 중 8명만 징계하고 2명은 '불문', 3명은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사법농단에서 가장 큰 범주를 차지하는 '행정부 상대 이익 도모' 관련 혐의들이 대부분 2014~2015년에 발생해 징계가 불가능한 점도 1차 징계 때부터 계속 지적돼 온 부분이다. 지난해 말 징계를 받은 정다주 부장판사도 대법원의 징계 청구 시점인 2018년 6월부터 3년 안쪽에 해당하는 2015년 7월 이후 사건을 사유로만 징계를 받았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등에 연루된 판사들이 많지만 모두 시효가 지났다"며 "사법부가 자정 의지를 보이려 했다면 애초에 이 사건에 관해서는 시효에 예외를 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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