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판정기준을 바꿔 모든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를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넷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3년 전부터 투병한 조덕진 씨가 폐렴으로 입원한 지 5일 만인 지난 25일 숨졌다"며 "지난 2012년 간질성 폐렴을 앓다 사망한 어머니 박월복씨에 이어 한 가정에서 모자가 모두 목숨을 잃은 가슴아픈 사례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가 1403명에 달하고, 남은 피해자도 6000명을 넘는 상황"이라며 "어느 한 개인이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이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대로 관심을 갖고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숨진 조덕진 씨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가족과 함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매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지난 2016년 간질성 폐렴과 폐섬유화 진단을 받으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라고 신고했지만, 환경부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특징적인 폐섬유화 증상과 조씨의 증상이 다르다며 '폐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 수준인 4단계로 판정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족들은 폐 아래쪽 말단기관지 중심의 폐섬유화만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 것이 문제라며, 판정 방법을 바꿔 증상별 기준을 만드는 등 노출이 확인된 사람을 모두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식을 앓고 있다는 숨진 조 씨의 아버지 조오섭 씨는 "7년 전 아내가 숨졌고, 이번엔 아들도 떠나고 나도 언제 갈지 모른다"며 "정부가 어째서 피해자들을 1~4등급으로 나눠 돈 몇 푼 주고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씨의 큰딸 조은해씨도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인데 왜 우리가 피해를 봤다는 것을 주장하고 인정받아야 하느냐"며 "가해자가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정당하게 배상하겠다고 해야지 왜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음을 피력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