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감귤꽃망울이 가지마다 달린 감귤 과수원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199㎡ 넓이의 2층짜리 통나무주택은 전원주택 못잖은 풍경을 과시한다.
하지만 행정기관에 등록된 이 통나무주택의 용도는 ‘창고’. 과수원 관리 차원에서 컨테이너 나 콘크리트 블록으로 단순하게 지어도 될 걸 TV 드라마에 나옴직한 별장 용도의 전원주택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제주시 숙박업소 점검 TF팀이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불법숙박 점검에 나선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차량 안에는 중국인 관광가이드와 또 다른 중국인 등 2명이 이 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서던 길. 이 중국관광객의 제주행 목적은 운전면허 취득이다. 이 관광객은 이 날 오전 도로주행이 예약돼 있다.
관광객 A씨 등 총 11명의 중국 관광객이 이곳에 숙박하기 시작한 건 지난 21일부터. 일부는 관광을, 일부는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제주행을 택했다.
1박당 300위안의 숙박비와 통역비 등을 포함해 1인당 지불액은 1만위안(한화 170만원). A씨처럼 이같은 불법숙박업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운전면허를 따는 패키지 형태의 관광상품이 중국인들에게 퍼져 있다.
브로커 B씨 역시 이 곳 농원을 임대한 뒤 인터넷 광고나 SNS 등을 통해 중국 본토에서 관광객을 모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 아이와 함께 제주에 온 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C씨는 “지난 21일 제주에 들어온 뒤 일부는 운전면허를, 일부는 관광에 나서고 있다”며 “지불한 1만위안에 숙박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창고에서 환골탈태한 숙박업소 내부는 침대를 갖춘 5개의 넓은 방과 거실, 공용 주방 등 웬만한 리조트 못잖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스프링클러는 전혀 설치돼 있지 않고, 소화기는 단 1개에 불과하는 등 화재 대비 시설이 크게 미흡, 만일의 사태때 인명 피해 우려도 드러냈다.
소독 등 위생 준수 의무도 지킬 필요가 없어 투숙객의 건강과 관광제주의 이미지를 흐린다는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
양선희 TF팀장은 “불법숙박임을 알고 추궁해도 아는 사람 집이어서 숙박료를 안낸다고 우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다세대주택이나 미분양주택, 오피스텔을 이용한 불법숙박은 문이 잠겨 있어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TF팀은 매일 단속 체제를 갖추고 있고, 제주도자치경찰단과 제주도관광협회와 함께 한달에 2번 합동 단속을 하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홈페이지를 통해 불법숙박업소 신고도 받고 있다.
TF팀은 올들어 4월 현재까지 311곳을 점검해 불법숙박업소 40곳을 적발해 고발했다. 지난 한해는 32곳이 고발됐다.
하지만 적발돼도 과태료가 평균적으로 100만원 가량 부과되는 데 그쳐 “내면 그만”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불법숙박이 갈수록 반복되고 확산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도내 행정기관은 보건복지부에 과태료 상향을 공식 요구한 상태다.
TF팀은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협회와 함께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공동주택 등에서는 숙박업을 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해당 관리사무소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