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주역 빠진 채 판문점 1주년…남북 다시 냉기류

문 대통령 "때로는 잠시 숨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北 "美와 남한의 이중적 행태"…프란체스코 교황은 영상축사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다카기 아야코 일본 플루티스트와 우에하라 아야코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진환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기운을 막아내고 평화의 번영의 새 질서를 우리 힘으로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행사가 남측 단독으로 이뤄졌다.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시민과 정부 관계자, 주한외국사절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한 문화공연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당시 주역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는 북측에 이번 행사의 공동 개최를 요구하지 않았고, 행사를 약 1주일 앞둔 지난 22일에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행사 개최 사실을 통보했다. 북측은 그러나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조성된 한반도 냉기류를 의식한 듯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큰 강은 구불구불 흐르지만 끝내 바다에 이른다"며 "판문점 선언이 햇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평화, 함께 잘 사는 한반도를 만날 것"이라고 한 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명을 다하신 분들을 기억하며 도보다리의 산새들에게도 안부를 물어본다"고 말했다. 천우신조하듯 어렵게 성사된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가 '반쪽 행사'가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주최 측 인사말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남과 북 모두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난관도 헤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어진 인사말에서 남북이 '서울-평양 2032년 올림픽'을 공동 유치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우리 기대만큼은 못했지만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번영의 길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잘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폭력과 대결의 산물이었던 이곳이 이제는 평화와 공존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이 한반도에는 평화와 공존과 번영을, 그리고 전 세계에도 평화가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엔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평화를 위한 축배를 제안했다.

반면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망록'을 통해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남측에 대한 불편한 심사를 표출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논평에서 지난 3월 실시된 '동맹 19-1' 등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거론하며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이중적 행태를 예리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상 축사를 통해 "판문점선언 1주년이 모든 한국인에게 평화의 새 시대를 가져다주기를 기도한다"면서 "인내심 있고 끈기 있는 노력으로 화합과 우호를 추구함으로써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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