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의 진정을 두고 '적반하장'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버닝썬·아레나 사건으로 촉발된 경찰 내부의 과도한 경쟁이 도리어 수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아레나 실소유주, 수사 경찰 인권위 진정
강씨 측은 지난해 12월 27일 진행된 조사를 문제 삼았다. 강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강남경찰서로 출석한 날이다.
이날 A경위는 조사 도중 강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리고 수갑을 채운 상태로 조사를 이어갔다.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종종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강씨 측은 이를 두고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당시 변호사를 대동해 자진 출석했다는 점에서 도주할 위험이 적었고, 강력사건이 아닌 탈세 혐의로만 조사받던 상황이라 긴급체포 후 수갑을 채운 건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특히 강씨 측은 A경위가 수갑을 채운 뒤 "진술할 때까지 풀어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심리적인 압박도 가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갑이나 포승과 같은 구속장구는 원칙적으로 조사 중에는 풀어줘야 하고, 살인·강간 등 강력범이나 도주 우려가 큰 피의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혐의를 부인하며 저항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운 경찰의 조치는 신체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는 인권위의 결정도 얼마 전 나온 터다.
강씨는 강남 일대 클럽·가라오케 10여곳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유흥업계 '큰손'이다. 업소마다 바지사장을 세우고 주로 현금 거래를 하면서 매출 축소, 종업원 급여 과대신고 등 수법으로 세금 162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강남 큰손으로 불린 강씨를 조사하려면 그만큼 강도 높은 압박 수사가 필요하긴 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인권위 지침에 반해 조사 도중 무작정 수갑을 채운 A경위의 행위가 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경찰서는 인권위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A경위에 대한 정식 감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 버닝썬·아레나 수사 경쟁 과열…곳곳서 잡음
특히 5월 전후로 버닝썬·아레나 수사 담당 경찰관들 가운데 특별승진(특진) 대상자가 정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경쟁은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수사 담당 경찰관들 사이에서조차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자기 성과 내기에만 혈안이라는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특정 경찰관들끼리만 첩보와 수사 상황을 주고 받으면서 특진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운명공동체를 꾸렸다는 뒷말도 파다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부 경찰들끼리 정보를 독점한 채 야금야금 성과를 내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수사에 속도를 낼래야 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경찰은 '유착 관계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며 이번 버닝썬·아레나 수사에 '역대급'인 150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경찰관 8명을 입건했지만 '경찰총장' 윤모 총경의 수사는 몇주째 답보 상태다.
항간에 떠돈 '윤 총경 윗선'으로의 수사는 더 이상 뻗어가지 못한 채 '꼬리 자르기'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