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의결을 하루 앞둔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에 항의방문을 하는 자리에서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 승인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방문했고, 문 의장은 모여든 한국당 의원들을 뚫고 나가려 했다.
그 때 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손대면 성희롱"이라며 문 의장을 막아섰다. 이에 문 의장은 임 의원의 얼굴에 1초 가량 손을 대고 "이것도 성희롱이야?"라고 되물었다. 한국당은 이 신체접촉을 두고 "미혼인 동료 의원을 성추행했다"며 문 의장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그런데 당시 영상을 보면 임이자 의원이 문 의장을 막아서기 전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먼저 "여성 의원들이 막아야 해", "막으라고" 등의 외침이 흘러나온다. 남자인 문희상 국회의장 앞길을 막으려면 여성 의원들이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치열한 대치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 국회에서는 몸싸움 중 접촉으로 인한 성희롱·성추행 논란 등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난 2013년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을 국회의원회관에서 강제 구인할 당시에도 여성인 김재연 전 의원 등은 격렬한 대치 상황 속에서도 여성 경찰들이 통로를 만들어 끌어냈을 정도로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을 방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한국당의 조치는 성희롱·성추행 논란을 유발하기 위해 여성 의원을 앞세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성인지 감수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심각한 성범죄인 성추행·성희롱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여성 의원들을 도구로 생각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신속하게 나타난 성추행 규탄 현수막에 '자작극'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자신의 SNS에 "명백한 증거가 있는 성희롱은 자한당(한국당) 이채익 의원의 '못난 임의자 의원' 발언 아니냐. 이 상황에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은 자한당 지지자"라고 이야기했다.
노영희 변호사 역시 SNS에 "부끄러운 성추행 프레임. 아무리 정치의 속성이 그렇고 전략이라해도 정말 비겁하고 모욕적"이라고 꼬집었다.
한 네티즌(@one_n_*******) 역시 "한국당이 이러는 게 진짜 성추행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거다. 진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데 쓰일만한 소재를 던진 것"이라며 "미혼 여성임을 강조해 순결한 이미지를 실체화시켜 여성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건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아이디: jm13****)은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진짜 성추행 피해 여성들이 '꽃뱀'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