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인도네시아 한인 봉제업체 SKB 대표 김모(6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인도네시아 현지 노동자들의 임금 약 6억 5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SKB 직원들의 월급은 우리돈 약 27만원이다.
경찰은 지난 11일 김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천만원 상당 금품과 관련 서류들을 확보했다. 또 다른 사람 명의로 개설된 계좌 80여개를 발견하고 자금 흐름도 분석 중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횡령액은 6억 5천만원 정도이지만 규모는 앞으로 더 불어날 여지가 크다. 경찰 관계자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회삿돈이 비정상적으로 출금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김씨를 한차례 불러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 김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씨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봉제업체 SKB를 운영하다가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지난해 10월 잠적했다. 길게는 십수년을 일한 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생계를 잃었다.
피해 노동자만 3천명이 넘으면서 SKB 노조를 중심으로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급기야 인도네시아 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한두명이 물을 흐린 탓에 SKB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사태가 커지자 문 대통령도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당국과 수사·형사사법 공조, 범죄인 인도 등을 적극적으로 공조하라"며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섰다.
김씨는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현지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밀린 임금에 해당하는 80억 루피아(약 6억 5천만원)를 송금했다. 하지만 임금이 지급돼도 노동자들의 퇴직금 지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SKB 노조는 김씨로부터 받아야 할 임금 총액이 845억 루피아(약 67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상황이다. 지난해 8월보다 훨씬 전인 2017년부터 임금 체불이 지속돼 왔다는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피해를 일부 변제한 게 정상참작 사유는 되지만 횡령죄 성립과는 관계가 없다"며 "김씨를 추가 소환해 구체적인 횡령 액수를 확인하는 한편 조만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