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기템' 에어팟 15만원에 사려다…200명 울린 사기꾼 사촌

피해자 대부분 2~30대…'사업자 번호‧운송장까지 보내는 치밀함에 속아'
경찰 "사기 혐의로 두 사촌형제 입건…오는 26일 검찰 송치 예정

에어팟
젊은 층에게 인기인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속이고 수천만원을 빼돌려 잠적한 사촌 형제가 경찰에 붙잡혔다. 2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자들은 주로 2‧30대 젊은층으로 사이트에 사업자 등록번호와 판매자 신상까지 올라와 있어 사기인 줄 쉽게 짐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꼭 갖고 싶던 에어팟…'14만 9천원에 판다는 말에 속아'

회사원 서모(22)씨는 지난달 22일 평소 갖고 싶던 에어팟을 알아보던 중 '14만9천원'에 판매한다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홍보 글을 보게 됐다.

유선 이어폰보다 훨씬 더 편리하기로 소문난 터라 서씨는 싼 가격에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서씨는 "아무리 싸게 팔아도 16만원 이하로 내려가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배송비 포함 14만9천원에 올라와있길래 바로 커뮤니티 게시글에 연결된 쇼핑몰 사이트로 가서 결제했다"고 말했다.

찾는 매장마다 번번이 '품절'이라 구매에 실패했던 대학생 이모(19)씨도 같은 이유로 혹했다.

이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에어팟 1세대가 다 팔렸길래, 온라인으로 찾아보던 중 친구가 '최저가 사이트'를 보내줘서 가격을 보고 바로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지 않는 에어팟…피해자들 "사업자 번호에 이름까지 있어 믿을 수 밖에"

하지만 결제한 지 몇 주가 지나도 물건은 배송되지 않았다. 지난 8일 해당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이 막힌 뒤에야 구매자들은 '사기'란 걸 알게 돼 분통을 터뜨렸다.

사이트에는 버젓이 사업자 등록번호를 비롯해 판매자 이름, 주소 등 신상정보까지 공개돼있어 사기인줄 몰랐다는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이씨는 "사업자 등록번호도 적혀 있길래 '괜찮겠지' 생각했다"며 "함께 구매한 친구에겐 '배송중'이란 메세지도 오고, 송장번호까지 보내준 터라 의심하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아르바이트생 권모(23)씨는 "아예 너무 싸면 오히려 의심하고 안 샀을텐데, 다른 곳에 비해 2~3만원 정도 저렴해 정품이려니 믿고 사게 됐다"고도 했다.

사이트 접속이 막힌 직후, 피해자들은 단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었고 쇼핑몰 대표로 사이트에 기재된 조모(23)씨에 대해 일제히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책임미루는 '사기꾼' 사촌형제…둘다 이번주 기소의견 檢 송치 예정

피해상황을 접수받은 경찰 또한, 신속한 대응에 나서 피의자를 검거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잠적해있던 사이트 운영자 조모(23)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하고 공범으로 지목된 사촌형 설모(2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촌형제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자신들이 만든 가짜 쇼핑몰 사이트에서 약 200여명에게 에어팟과 아이패드 등 전자제품을 판매한다고 속여 6천 2백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둘은 현재까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에서 조씨는 "주식으로 사촌형의 돈을 날려먹은 적이 있어, 사촌형이 '사기를 쳐서 돈을 갚으라'는 식으로 협박했다"며 "잘못은 했지만, 가로챈 돈에서 용돈 빼곤 모두 사촌형에게 건넸다"고 진술하고 있다.

반면 설씨는 "협박한 것은 맞지만, 동생이 이같은 사기 방법을 제안하자 거들었을 뿐"이라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오는 26일 조씨와 설씨를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전자기기나 상품들이 시중가보다 싸게 나오면 일단 의심을 해야한다"며 "사기와 관련됐는지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고 무조건 싸다고 해서 결제부터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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