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끼임 사망' 한솔제지, 5년간 중상사고만 10번…공장장 입건

다친 노동자들, 요양일수 적으면 124일에서 많게는 535일
이달 사망사고 발생한 장항공장장,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예방 안전조치 없었다… 평소 점검에서도 파악 못해"
한솔 "5년간 11건, 국내 제조업 평균보다 적어"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3일 충남 서천의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황모(28)씨의 사고 이전에도 이 회사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중상을 입었던 사고들이 지난 5년간 10건 가량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솔제지의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한솔제지의 대전·신탄진·천안·장항 4개 공장에서 이같은 사고가 모두 11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산업재해만 5년간 11건… "1건 큰 사고 전에는 29건 크고작은 사고"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 10월 천안공장 생산팀의 가공파트에서 근무하던 배모씨는 기계를 작동하던 중 롤 사이에 허리와 복부가 끼는 사고를 당했고, 그 결과 외상성 쇼크가 발생해 535일을 쉬어야 했다.

이 공장에서 일하던 또다른 노동자 윤모씨도 지난 2017년 2월 기계 작업을 하던 중 오른손이 딸려들어가 손가락이 으깨지는 사고를 당해 436일을 쉬어야 했다.

이같은 중상사고들은 모두 산업재해로 처리됐다. 다친 노동자들이 요양한 기간은 적으면 124일부터 많게는 535일까지였다.

하지만 가벼운 부상의 경우 공상 처리를 하는 등 따로 산재 처리를 하지 않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상을 포함한 실제 사고 수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정애 의원은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에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크고작은 사고들이 29건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전의 사고에 대해 관리를 제대로 했으면 황씨의 사고를 포함해 중대한 사고들을 훨씬 더 줄일 수 있지 않았겠나"라며 "사측이 실제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충남 서천의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서 황모(28)씨가 기계에 끼어 숨진 현장(사진=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 사망사고 발생한 공장장 입건… "기계 관련 문제 상당수"

한편 황씨의 사망사고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최근 이 사고가 발생한 장항공장의 공장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지난 19일 소환 조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기계에 어느 정도 결함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며 "안전조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공장장에게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의견서에 따르면, 황씨의 사고가 발생한 원인에는 기계 관련 문제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일어난 날 황씨는 기계가 고장나자 자동 모드로 설정돼 있던 기계를 수동 모드로 바꾼 뒤 그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치를 수동 모드로 전환하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동 모드에서도 기계가 작동했고, 황씨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의견서는 설명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스토퍼가 내려오지 않도록 막는 안전블럭 등 기계적인 안전조치가 없었고, 기계의 조작 패널에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스위치 등의 전기적 안전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내용은 사측이 평소 점검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반면 한솔제지 측은 사고 때마다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려 했고, 5년간 11건의 중상사고는 국내 제조업 평균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제조업 산업재해 현황 분석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90일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산업재해 발생률이 약 0.44%인데, 한솔제지는 0.2%로 그 절반이라는 설명이다.

사측은 "향후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고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해조사 의견서에 담긴 결함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오면 답변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한정애 의원은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미리 노동자에게 알려 줬으면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고,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했다는 설명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실무자들이 기계 작동 방식을 사전에 정확히 몰랐다면, 이는 곧 사전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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