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 전 기획관은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자신의 뇌물방조 혐의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첫 기일에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해 이날로 공판기일을 연기했지만 다음달 21일로 또 미뤘다.
김 전 기획관의 변호인은 "전날까지만 해도 출석할 것으로 생각해서 변론을 준비했는데 저녁에 갑자기 가족으로부터 김 전 기획관이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기획관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 아들 김모씨는 "(아버지가) 구속 수감으로 심신이 많이 취약해지셨다"며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주말에 서울로 올라왔지만 심리적인 압박과 어지러움으로 어쩔 수 없이 입원하게 됐다"며 "(회복을 위해) 한 달 정도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본인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다음날(24일) 예정된 이 전 대통령 재판의 증인신문도 사실상 무산됐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김씨는 "김 전 기획관의 입원이 MB 재판 증인 출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과 40여년 인연을 맺으며 모든 자금을 관리해 'MB 집사'로 불렸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와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는 과정에서 그의 증언이 유력하게 쓰였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는 "함께 일했던 측근들을 법정에 세울 수 없다"며 따로 증인 요청을 하지 않고 검찰 측 진술증거에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적극적으로 증인신문을 요청하면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이 증언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