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고 후회하지 않을 건지 고민하다가 결국 알렸는데 5년간 복직하지 못했다. 후회하는 삶은 살지 않은 것 같아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전용조- 원전 비리 공익제보)
"단지 죄값을 치르게 하고자 제보를 한 것인데, 물푸레기금 수상에 놀랐다."(김학의 사건의 성폭력 피해 제보자)
공익제보자 보호및 지원 단체인 호루라기재단은 22일 공익제보자 5명에게 물푸레기금 2,300만원을 수여했다.
기금을 받은 공익제보자는 고 장자연 사건 증인 윤지오씨, 원전 시설의 방사성 폐기물 불법배출을 제보한 전용조씨,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제보한 고미란씨(가명),김학의 사건의 성폭력 피해를 검찰에 제보한 김숙희씨(가명), 다스 실소유주 관련 핵심녹취록을 제보한 김종백씨이다.
서울시청 강당에서 열린 이날 수여식에는 5명 중 윤지오씨와 전용조씨 2명만 참석하고, 나머지 3명은 변호사 등 대리인에게 수여금이 전달되었다.
물푸레기금은 호루라기상과는 별개로 매년 4월 공익제보자 3~5명을 선정해 긴급생활비로 총 2,000만원 가량을 지원한다.
이영기 이사장은 이어 "오늘 수여식에 3명만 실명이고, 2명은 익명이다. 공익제보자에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데, 공익제보자가 의혹을 제기하면 이후에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맞다. 제보의 개연성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오늘 물푸레기금 수상자들에게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푸레기금은 익명의 기부자가 1억원을 호루라기재단에 기부해 올해 5번째 수여식을 가졌다. 호루라기재단은 물푸레기금이 바닥난 상태여서, 내년에도 기금 수여를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물푸레기금 수혜자 소개 (호루라기재단 제공)
◇윤지오: 고 장자연 사건 증인
2008년 8월, 조 모 씨의 고 장자연씨 강제추행 사건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으로서 2009년 당시 억압적인 경찰, 검찰의 수사상황에서도 일관되게 증언한 제보자입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재수사과정에서 캐나다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로서 입국하여 당시 목격한 사실을 2018년 12월 법정 진술하였습니다.
2019년 3월에도 법정진술을 하였고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2차례 조사에 성실히 참여하여 진술하였습니다.
제보자는 신변보호를 이유로 수시로 숙소를 변경해야 했으며, 가족들은 제보자에 대한 걱정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전용조: 원전 시설의 방사성 폐기물 불법배출 제보
또 2015년 1월 한빛원전 6호기 격납 건물 안에서 작업자가 방사선 안전 관리자 없이 출입한 사실을 광주KBS에 제보하고, 같은 해 2월 한빛원전 1호기에서 방사선 감시기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액체 방사선 폐기물을 무단 배출한 사실을 광주MBC와 국회 안행위 소속 권은희 의원실에 제보하였습니다.
이 제보로 한빛원전 내부감사가 실시되어 한빛원전의 격납건물 출입절차가 강화되고 액체 방사선 폐기물을 무단 배출한 데 대해 과징금 3천만 원이 부과되었습니다.
제보자는 2013년 10월 본인을 포함한 해당업체 직원 13명의 근로 계약형태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14년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제보자를 포함한 6명은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사실상 해고되었습니다.
◇김숙희(가명): 김학의 사건의 성폭력 피해 검찰에 제보
2013년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관련된 일명 '별장 성폭력 사건'이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남기고 불기소 처분됩니다. 2014년 제보자는 김학의, 윤중천을 고소했고, 이 역시 불기소 처분되었습니다.
제보자는 검찰조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조사를 받았습니다.
사건과 관련 없는 피해자 가족에 관한 이력 언급, 성폭력 피해 장면 재연 등을 요구받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였습니다.
제보자는 성폭력 피해로 인해 한동안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현재도 심장 두근거림, 불면증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보자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피해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피해 당시로 돌아가는 듯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미란(가명):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제보
성형외과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중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이 수술과 무관하게 투약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병원 관계자들 단체 카톡방의 프로포폴 불법 사용에 관한 내용을 경찰과 권익위원회, 언론사 등에 제보하였습니다.
해당 카톡 내용은 마약류 관리 장부를 맞추기 어렵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재벌 2세인 이부진씨가 프로포폴을 투약해왔다는 것입니다.
제보자는 혐의자에 대한 제보내용이 유죄로 확정되지 않을 경우, 본인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을 우려하고 있으며, 따라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경찰 측에서 주요증인 신변보호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으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중요 사항을 제보한 제보자에게 다소나마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제보자의 용기를 지원하고자 올해 수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 김종백: 다스 실소유주 관련 핵심녹취록 등 제보
다스에서 이상은 회장의 개인비서 등으로 일했던 김종백 님의 제보는 이명박 전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라는 것을 밝히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습니다.
그가 제보한 문건을 중심으로 2017년부터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수사를 시작했는데 김종백 님은 참고인 조사를 다니면서 많은 언론에 노출됐고 이로 인해 정신적,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많았습니다.
18여 년을 근무했던 다스에서 퇴직하게 된 그는 경주에서 가게를 운영했으나 경영이 어려워 휴업한 상태이며, 현재 버스 예비기사로 일정하지 않은 일과 수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