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아내 돌본 남편은 왜 살인범이 되었나

아내 입원 권유 거부에 범행 '미안하다' 유서 쓰고 흐느껴
간병인 느끼는 스트레스 커 개인보다 국가적 문제 접근 필요

(일러스트=연합뉴스)
전북 군산에서 10년간 치매에 걸린 아내를 보살핀 80대 남편이 한순간 살인범이 됐다.

지난 22일 새벽 2시쯤 군산시 풍남길의 한 주택에서 남편 A(80)씨는 아내 B(82)씨에게 흉기와 둔기를 들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겠다"고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10년간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병하다 쌓인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끝내 폭발한 것이다.

A씨는 아내에게 입원을 권유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거부당했다.

그는 아내 옆에서 남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쓴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적막함을 느낀 아들은 부모 집에 달려와 처참한 광경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아들은 "침대 옆에서 흐느끼고 있던 아버지를 봤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은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도 불쌍히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간병인이 환자를 살해하는 이른바 '간병 살인'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간병 살인'의 통계는 없지만, 가정에서 벌어지는 치매 환자 학대는 증가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치매 환자 학대는 5046건에 달한다.

지난 2013년 831건, 2014년 949건, 2015년 1030건, 2016년 1114건, 2017년 1122건 등이다.

치매 노인 학대는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했으며 지난해 치매노인 학대 피해자 1122명 중 770명(68.6%)이 가정이었다.

지난 2015년 전주의 주택에서 치매 환자인 50대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70대 남성이 구속 기소됐다.

간병인은 평소 병간호를 하다가도 술만 마시면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은 서서히 '분노'가 쌓여 간다.

전라북도광역치매센터 관계자는 "간병인들이 지속적인 간병에 시달리면서 정신과 육체, 경제적으로 느끼는 부담과 스트레스는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간병 살인'의 문제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인 차원에서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문미옥 교수는 "사회가 치매 가족에 대한 문제를 가족 개인 문제로만 보고 있다"며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간병인의 부담을 줄이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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