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부장판사)가 진행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3명에 대한 3번째 공판준비기일에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향후 재판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증인만 250명이 넘고 대부분 현직 판사인 상황에서 검찰 측이 주 3회 재판을 요청하자 변호인단이 반발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지금도 변호사들끼리 (관련 서류를) 나눠 읽고 의논해서 간신히 낸다"며 "주 3회는 저희더러 방어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주 3회 재판은 방어권 행사가 어렵다며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초반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고 어느정도 속도가 붙으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능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수사기록 제공을 놓고도 양 측은 공방전을 벌였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별책 수사기록 목록이 전체 수사기록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들도 (전체 자료가 없으니) 증거의견을 밝히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누락된 목록을) 확인할 여러 방법이 있는데 매번 기일마다 기록이 없어서 진행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며 "순수하게 증거 인부(동의 여부) 의견을 밝히기 어려워서인지 이슈를 끌고 가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양측이 서로 "이해를 못하겠다"고 부딪히는 상황에서 재판장인 박 부장판사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재판부는 "일단 재판 진도를 나가야 하지 않겠냐"며 "(수사기록 목록 등) 검찰 측에서 추가로 작성해서 피고인 측에 제공해주기 바란다"고 중재했다.
이날 같은 시간에 진행된 임 전 차장의 공판에는 현직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전 대법원 민사 총괄 재판연구관인 황병구·이원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손해배상 사건 재상고심이 특정 결론을 정해두고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검찰은 당시 사건의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이 황 부장판사에게 "기존 (대법원) 판결이 잘못이었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회사를 상대로 (개인 자격으로) 직접 청구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는 증거 자료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황 부장판사는 "김 전 대법관에게서 기존 대법원 판결과 다른 방향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긴 했지만 특정 결론을 요구받은 바는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이 임 전 차장이나 외교부, 청와대 등이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묻는 질문에는 "아는 바 없다"거나 "모른다"고 일관되게 답변했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의 입장이 정리된 법원행정처 문건을 받아본 것데 대해 검찰 측이 "문제의식이 없었냐"고 묻자 "그래서요?"라고 되물으며 모호한 질문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2월 황 부장판사로부터 업무를 인수인계 받은 이 부장판사도 "(어떤 논리를 구성하라는 등) 한 방향으로 특정한 지시는 전달받은 적 없다"며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라고만 얘기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