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생충'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 희비극이다.
'기생충'은 봉 감독이 '옥자'(2017)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봉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송강호가 출연했다는 점만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가 아니냐는 MC 박경림의 질문에 송강호는 "아, 영광스럽다. 매번 놀라운 상상력, 어떤 통찰적인 영화와 작품에 늘 꾸준히 도전하는 분이다. 특히 저는 ('기생충'이) 개인적으로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 받았을 때 느낌과 가장 비슷했다"면서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어떤 정말 놀라운 진화이자 한국 영화의 진화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 것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봉 감독 역시 "2002년부터니까 17년간 4편의 작품을 송강호 선배님과 같이할 수 있어서 되게 기쁘고 영광이었다. 어떤 작품의 역할을 부탁드린다기보다, 저는 되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 강호 선배님과 있으면 더 과감해질 수 있고 더 어려운 시도도 할 수 있고 그런 의지가 되는 선배님"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되게 많은 배우들과 앙상블 중에서도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강호 선배님의 위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부연했다.
여기다 '기생충'은 내달 14일 개막하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경사를 맞았다. 봉 감독은 '괴물'(2006)로 감독주간에, '도쿄!'(2008)와 '마더'(2009)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옥자'(2017)로는 경쟁 부문에 데뷔했다. 벌써 5번째 칸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봉 감독은 "영광스럽고 떨리기도 한다. 강호 선배님은 저보다 더 여러 번 칸에 가셨던 거로 아는데, 처음 가는 분도 있고 몇 번 가는 분도 있고 (그런 것을) 떠나서 언제 가든 늘 설레고 새롭고 긴장되는 곳인 것 같다. 가장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우리가 고생해서 찍은 영화를 선보이게 되니까 그 자체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약간 그런 생각도 있다. 외국분들이 100% 이해하지 못할 거다, 이 영화를. 워낙에 한국적인 영화다. 한국 관객들이 봐야만 뼛속까지 100% 이해하는 디테일이 곳곳에 포진돼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송강호는 "제가 상을 받진 못했지만 두 편 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상('박쥐'), 여우주연상('밀양)… 그래서 그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라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그러면서 "아무튼 세계 영화인들 속에서 ('기생충'을 통해) 영화의 진화된 모습, 발전된 모습을 선보이게 돼서 무척 설레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산행'(2016), '옥자'(2017)에 이어 세 번째로 칸을 찾는 최우식은 "너무너무 행복하고 너무너무 영광스럽고 감사드린다. '부산행' 때는 작은 역할이었고 '옥자'에서도 작은 역할이었는데 이번에 '기생충'으로 더 큰 거로 가니까 더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분량 언급과 관련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지자 최우식은 "죄송하다. 제가 너무 긴장을 하고 있어 갖고…"라고 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수상 가능성을 묻자 봉 감독은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제가 대학교 때 영화를 배우던 시절부터 존경하던 어마어마한 감독님들이 포진해 있어서, 그 틈바구니에 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곧이어 "배우분들의 수상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 감독은 제작보고회 초반에도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을 모시고 영화를 촬영했다는 영광스러움이 있다"고 말했고, 이후 "사실 이 영화에 훌륭한 면이 있다면 다 배우들에게 있다고 본다. 언제 또 이런 배우분들을 한데 모아서 찍어볼 수 있을까"라고 재차 언급했다.
봉 감독은 "(외국 관객이) 100% 이해하진 못 할 거다. 워낙 한국적인 뉘앙스와 디테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건 사실이다. 동시에 이 영화에서 보여준 두 가족의 극과 극, 부유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은 어떻게 보면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는 전 세계 어느 나라 관객들이 봐도 보편적인 것이어서, 영화가 시작되면 1분 이내에 외국 관객들을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라며 "한국 관객뿐 아니라 외국 관객들이 이해해서 볼 것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기생충'은 5월 말 국내 개봉 예정이다. 한편, 제72회 칸국제영화제는 5월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 칸에서 열린다.